왜 서점주인 기를 죽이고 그래요
물론 기성 출판사 서적에 돈을 더 쓰거나, 해외의 좋은 독립출판물 등을 수집하고자 한다면 돈이 더 들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대체로 1000만 원 이내로 책만 구입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매장 임대료는 워낙 지역과 층수에 따라 워낙 천차만별이나, 대체로 월세가 높은 1층 입주를 피하고 인테리어도 스스로 해서 초기비용을 낮추는 사례가 많다.
당신이 좋아하는 독립서점은 창업 초기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
대개 독립출판물은 후정산 방식인 반면, 총판을 통해 들여오는 기성 출판사 서적은 약 정가의 75~85%선에서 미리 돈을 주고 떼 오는 경우가 많다. 사전 정산으로 들여오는 책은 워낙 정가가 다양하지만 보통 1만 원 정도를 주고 들여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성 출판물이 100권이면 100만 원, 500권 정도라면 500만 원을 들였다고 보면 대체적인 선에선 큰 무리가 없다.
그 서점의 임대료는 어느 수준일까? 요즘은 주요 포털업체인 카카오(PC버전인 다음), 네이버 등에서 서비스하는 부동산 카테고리에서 해당지역의 대체적인 임대료(보증금+월세) 수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된다. 동네 독립서점의 경우, 인터리어 업체를 통해 많은 돈을 주고 이를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 도배 내지는 페인트질, 서재 등 가구에 비용을 많이 투자할 텐데 이 역시 기성품인 경우가 많으니 온라인 쇼핑 카테고리 등을 거치면 얼추 확인이 가능하다. 이를 모두 더한 뒤에도 아마 약간의 약 10% 정도의 플러스 알파가 있으리라. 서점주인이 서가를 옮겨준 친구에게 밥이라도 한 번 샀을 법하니 말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서점의 초기비용을 짐작할 수 있을 법하다.
비교적 임대료가 싼 비수도권 내지는 변두리 지역은 보증금을 포함한 초기비용이 400만 원 수준에서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는 곳도 본 적이 있다. 내가 본 독립서점중 가장 많은 초기비용을 들인 곳은 5000~6000만 원을 들인 곳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두고 간단한 음료도 함께 제조해 판매하는 곳이었다. 초기비용은 각자의 전략과 야심에 달린 문제이므로, 이보다 더 비용을 들인 곳도 있을 법하다. 중요한 점은 돈을 적게 들였다고 해서 독립서점의 기능이 부실하다고 쉽게 단정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서점 주인 스스로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좋은 프로그램을 갖추고, 매력적인 모임 콘텐츠 등을 운영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면 말이다. 이를 통해 공간 비즈니스 활용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서적판매 이상의 실적을 거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이 두드러지고 테마가 확실한 서점은 창업비용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훌륭한 동네서점으로 기능할 듯 싶다.
작은 동네서점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이 운영하려는 포인트를 분명히 하면 불필요한 지출도 걷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그래야만 한다. 동네서점은 주인이 가치를 담아 선별한 콘텐츠를 선보일 때 공간적 매력과 가치를 가진다. 작은 동네서점이 가지는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할지, 저마다의 고민을 창업 단계부터 치밀하게 해야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 향후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