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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봉봉 Oct 30. 2017

@입지-높은 층일수록 월세가 낮아, 바벨탑으로 갑니다

바벨탑도 건물주가 갑

보증금 500에 월세 40만 원(+관리비 4만 원)

그게 '도도봉봉'의 임대차 계약 조건이다.


Q. 봉봉 : "변두리에 2층에... 비교적 좋은 입지조건도 아닌데 월세가 생각보다 비싸네요?"

A. 도도 : "(세상물정 모르는 놈아) 여기가 그 정도니 다른 곳은 오죽했겠어요."


 

나는 1층이 타이어가게라는 점도 그렇고, 건물이 낡은 편이라는 이유를 들어 도도봉봉을 다른 곳에 차리면 어떻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본격적인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봉봉 : "우리 월세 수준으로 1층으로 옮길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는데"

내가 투정부리듯이 흘린 말에 도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어디 한번 부동산을 직접 확인해보라고 했다. 요즘엔 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고.

도도 : "제가 이미 다 알아봤답니다. 우리 정도 임대료 예산 규모로는 말예요. 여기가 최선예요"


나는 포털사이트 부동산 코너에서 상가 임대조건을 훑어봤다. 장소는 당연히 도봉구였다. 나는 한참을 검색한  끝에 도도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40만 원 월세를 지출하는 범위 내에서 1층 상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드물게 있기 했는데, 2~3평 정도로 서점을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작거나, 무너져 내려가는 가건물인 경우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가건물의 경우엔, 직접 가보기도 했다. 6.25 전쟁 뒤에 피난길에서도 누군가 독립서점을 열었다면 그와 비슷한 곳에 들어섰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건물은 복도엔 전구로 빛을 밝히고 있었고, 바느질 가게와 반찬가게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늘어선 상가 건물 중 커텐으로 자리 한 칸을 차지하는 구조였는데 서점을 열기엔 적당치 않았다. 서가를 세울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 도도봉봉 자리이자, 당시 작업실로 쓰였던 이 공간의 경우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25.5제곱미터(약 7.7평) 규모인데 서가를 양 쪽 벽에 세우고 짜임있게 동선을 짤 수 있는 수준은 되는 것 같았다. 달리 갈 곳이 없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작업실의 모습


  도도는 애초에 이곳을 자신의 작업실 용도로 구한 것이다. 꼼꼼하기 그지없는 도도는 부동산 아주머니와 도봉구 인근에서 작업실로 쓸 만한 건물을 두루 보고 다녔다고 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갑절이 비싸진다는 게 부동산업자의 설명이었다. 1층은 2층에 비해, 2층은 3층에 비해 임대료가 두 배씩 더 비싸진다는 의미다.

   한없이 싼 월세를 찾자면, 바벨탑의 불경한 꿈이라도 꿔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생각하면, 2층 정도도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봉봉 : "2층에 서점이 있어도 찾아올까요?"

 도도 : "독립서점은 2층도 드물지는 않더군요. 아마 우리와 비슷한 이유일 거예요."


  실제로 다수의 독립서점들이 2층에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교적 독립서점이 드물던 2009년에 설립돼 이른바 1세대 독립서점으로 불리는 '유어마인드'도 2층에 자리잡은 서점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독립서점인 유어마인드는 독립출판물 판매를 넘어 자제 출판과 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면서 당당히 지역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책방에 요리사를 초대해 '책방점심'과 같은 유쾌한 프로젝트 등이 이목을 끌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찾아서 가는 서점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51 페이지' 역시 2층에 위치했지만 사람들이 직접 찾아서 가는 지역 명소다. 건물은 공릉동 주택가와 어깨를 마주하고 들어서 있다. 경춘선 숲길 풍경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점 때문에 2층이어도 발길이 몰린다. 인근 대학생들이나 청춘들이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같은 노원구에 위치한 '지구불시착'이라는 독립서점 역시 2층이지만, 지역문화를 주도하는 서점으로 위상이 커졌다. 특히 책만들기 프로젝트로 유명해졌다. 수원 팔달구의 아기자기한 독립서점 '브로콜리숲'도 잘 알려진 2층 서점이다.


  1층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찾아들기에 나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독창적이고 콘텐츠를 갖춘 2층 서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됐다. 물론 이들 유명 2층 서점들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을 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서점의 활동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좋은 기획, 프로젝트와 이를 꾸준히 알리려는 부단한 소통이 독립서점에겐 꽤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이들 2층 서점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우리도 좋은 2층 서점이 되자,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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