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봉봉 Nov 07. 2017

@비판 듣기-"그곳에는 독립서점 수요가 없어"

흥, 독립서점 수요가 없는 곳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니 자랑스러운걸.

  우린 서점 개업을 앞두고, 인테리어부터 서점 프로그램 등 다방면에 걸쳐 조언을 구하고 다녔다. 서점은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모르는 난제였으니까. 지인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 것이다.

 


 책은 어떻게 진열해야 하는지, 재기발랄한 독립출판도 함께 시도해볼 텐데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팔리는지, 전등은 어디에 달아야 인테리어 효과가 큰지.. 질문의 목록은 끝이 없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덤벼든 판이었다. 대부분의 지인들은 선선히 대답을 해주면서 가볍게 혹은 무겁게 충고를 얹곤 했다.

  세상사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좋은 충고와 나쁜 충고의 경계는 의외로 뚜렷하지 않다. 서점을 준비한다고 했더니 호의적인 사람들은 위안과 용기를 던져주는 반면 정작 서점운영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소리(ex. 창업 초기엔 나레이터 모델을 세우라는 둥)를 하는 경우도 숱했다. 서점의 미래를 비관하는 이가 적실한 인사이트를 주되 제 정신이면 서점을 할 수 없다며 뜻밖의 적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호의에 취해 과도하게 현실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거니와, 서점을 운영하려는 취지와 무관한 소리에 휘둘려 비관론에 빠질 필요도 없다.

  원칙은 충고 속에서 바람직한 서점운영의 방향과 실제 운영에 있어 바람직한 지침을 알아서 취사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굉장히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나름의 풍부한 고민거리를 담고 있는 충고 조차, 어떤 면에서는 동의하기가 무척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  


  도봉구 창동에는 독립문화를 만들만한 재능도, 이를 소비할 수요도 없어요.
 

  도도의 친구로, 등단 시인이었던 J씨가 건넨 충고였다. 우리는 J씨에게 독립출판을 함께 해줄 것을 권유하며 함께 동인지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는데, 그녀는 거절하며 이와 같이 이야기했다.

  주변에 대학도 없고 배드타운이나 다름없는 문화볼모지에서 서점을 시작하는 것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인데다가, 청년문화가 부재한 곳에선 지역에 착근하는 실험적인 문화활동은 더욱이나 불가능할 것이라는 충고였다. 독립서점과 독립출판이 가능한 지역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사례를 들었다. 그녀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사는데, 다양한 문화 예술인들이 모여 지역문화의 발전 단계를 기록하고 있단다. 지역문화와 연계한 문화예술적 실험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이와 같은 지역을 찾아서 서점을 차리라는 게 진지한 조언이었다. 아님 우리더러 젊은이들의 성지인 건대 앞이나 홍대 등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그래, 서울 변두리인 도봉구에 애착을 가진 것부터가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진지한 청년문화가 없다는 것은 그런대로 사실의 한 단면일지 모른다.

  말마따나 배드타운인 도봉구의 정체성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생업과 거주의 분리가 지역문화의 형성에 썩 유리한 조건은 아니리라. 그러나 그러한 모호성과 배드타운으로서의 정체성 또한 그것대로 지역성을 형성하는 배경일 수는 없는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지역민들에게 공동체를 꾸릴 만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엔 동의. 그렇다면 그것을 만들어보는 노력은 더욱이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런지.

  더구나 지역성은 우리가 호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감각은 빈민촌에도 있고, 마땅히 청담동에도 있는 것이다.  그 정체성을 발굴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공동체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동네서점의 목표일진대, 핫플레이스라는 이유로 내가 당장 짐을 싸서 송도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독립문화를 만들어낼 실력도, 수요도 없다는 그녀의 말은 자못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다만 그녀의 말을 통해 새롭게 지역에서 인디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어려움 정도를 새기기로 했다.

  그녀에게선 이후로도 "망할 일을 내가 왜 참여하느냐"와 같은 모진 말을 더 들었다. 지역 문화잡지를 만들 인원도, 이를 소비할 수요도 없는 지역이라는 말을 주워섬기면서 나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라고 적당히 대꾸했다. 내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사명감은 더 커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