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조엘은 피아노와 잘 어울린다. 망해도 피아노만은 팔지 않고, 애지중지할 것 같다. 노래 ‘Piano Man’은 피아노와 하나가 된 사람의 경지를 보여준다. 빌리 조엘은 히트곡이 많다. ‘Just The Way You Are’, ‘Honesty’, ‘My Life’ 등.
이 노래 ‘The Stranger’를 들으면 대전의 자취방이 생각난다. 늦깎이로 대학에 간 나는 근검절약을 실천했다. 사실 실천했다기보다 돈이 없었다. 첫 번째로 구한 집은 대흥동의 고시원이었다. 말이 고시원이지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대개 임시로 대전에 일하러 온 듯한 직장인이 일부 있었고, 대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이나 중년의 사내들이었다. 그 중에 스님도 있었다. 탁발승으로 보기 어려웠고, 고시원에 기거하는 게 수상했다. 고시원 생활할 때 가장 힘든 건 소리를 죽인 채 지내는 일이다. 박민규의 단편소설 ‘고시원 표류기’에는 공감 가는 상황이 많이 등장한다. 고시원 생활 몇 개월만 하면 방귀를 소리 내지 않고 뀌는 내공을 터득하게 된다.
은행동 거리에 나가면 나는 영락없는 이방인이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멍하니 있으니 ‘도를 아십니까’와 자주 마주쳤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누군가 말을 걸어주니 반가워 주저리주저리 대답했다. 나이 서른 살에 대학생이고, 고향은 제주도이고, 성은 현 씨이고…… 묻는 말에 친절히 대답했는데 그는 내 말이 다 거짓말 같다는 표정으로 휙 돌아서서 가버렸다. 난 진실을 말했는데, 그는 내가 골려주려고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으로 오해한 것. 역시 이방인은 낯선 도시에서 지내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