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홍이네 집에 갔을 때 태홍이 누나 방에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왬. 태홍이가 주위를 살피더니 카세트 테이프 중에서 왬을 꺼내 들었다. 가지런하게 놓인 테이프 위에 있던 보랏빛 손수건이 한 번 펄럭였다. 누나가 돌아오기 전에 들어야 한다. 우리는 금성 카세트를 틀었다. 테이프가 돌아가는 회전에 따라 노래가 흘러나왔다. 라디오에서 듣던 그 노래가 맞았다. 조지 마이클과 앤드류 리즐리가 스포츠머리 중학생에게 리듬을 설파했다. 태홍이는 B면 세 번째 곡도 감으로 한번에 돌려 맞췄다.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으레 그들의 노래가 들려왔고, 모쏠이면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옆구리가 더 시리다며 히죽거렸다. 조지 마이클 1집이 나왔을 때 태홍이와 나는 'Faith'의 호흡으로 살았다. 훗날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얘기를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우리에게 예수였다. 조지 마이클은 2016년 성탄절에 영국 옥스퍼드셔 고링온템스의 자택에서 5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