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게 잘 부풀어 오른 모양.
“그 잔디 위로 토끼풀이 보그락이 올라 와.”
박순동 선생님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교래분교 운동장에 해마다 봄이면 토끼풀이 섬을 이루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운동장에 있는 잔디를 행정실 선생님이 아주 깨끗하게 깎아주시지. 마치 이발한 것처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끼풀이 그 잔디 위로 올라 와.”
박순동 선생님은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 휴식 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한다. 공을 찰 때는 토끼풀을 피해 찬다.
“그런데 행정실 선생님이 그 토끼풀마저 기계로 깎아버려. 검질이라고. 아이들이 검질 아니라고 해도 말이지.”
전교생이 스무 명 남짓. 박순동 선생님은 운동 신경이 뛰어나진 않지만 아이들 세계에서는 골 넣는 골키퍼로 통한다. 나는 그 학교에 방과 후 수업을 갔다가 얼떨결에 함께 축구를 했다. 나는 뚱뚱해서 잘 뛰지도 못하는데 축구선수가 꿈인 3학년 재훈이가 나보고 축구를 잘 한다고 말했다.
“그 토끼풀 섬은 마치 토끼섬 같아. 그 문주란 꽃 가득 핀 토끼섬 있잖아.”
박순동 선생님은 어선을 타고 토끼섬에 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 토끼섬이 원래 하도마을 사람들이 토끼를 길러 토끼섬이라 불리게 됐는데, 언제부턴가 아프리카에서 온 씨앗이 그곳에 정착해 문주란 섬을 이룬 거야.”
박순동 선생님은 첼리스트 지윤과 함께 뚜럼 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제주어 노래를 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교래분교 아이들은 모두 우쿨렐레를 들고 제주어 노래를 부른다. ‘제비’, ‘빙떡’, ‘알작지’, ‘우리 몬딱 소중해’ 등의 제주어 노래들은 잘도 아꼽다.
“그 토끼섬 같은 토끼풀섬이 여기 교래분교 운동장에 해마다 봄이면 생긴다니까.”
나는 박순동 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며 토끼풀섬 속에 들어가 한 보름 정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잔디 위로 토끼풀이 보그락이 올라 와. 그러면 운동장 곳곳에 섬들이 생기는 거야. 섶섬, 문섬, 범섬 같기도 하구.”
토끼풀섬과 토끼섬에 대한 감탄을 멈추지 않는 박순동 선생님은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다시 축구공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나는 보그락이 올라 온 토끼풀섬에게 함함하다 말해주었다.
올해 교래분교 운동장에 핀 토끼풀섬은 박순동 선생님과 아이들이 잘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잘 지키고 있는 제주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