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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켓 팝송 Aug 09. 2019

막은창

 막다른 골목.        

  

 나는 막은창을 좋아한다. 막은창이 놀기 좋다. 막은창으로는 차가 들어오지 않는다. 바람도 들어왔다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막은창은 그 골목 아이들의 놀이터다. 막은창 시멘트 바닥에는 아이들이 그려놓은 선이 있다. 아이들은 깽깽이로 선을 넘었다. 

 누가 게임기라도 가져오면 구석에 둘러앉아 한 판을 하기 위해 기다렸다. 힘들게 온 기회인 한 판을 오래 가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아 짜증이 나기도 했다. 땅거미가 질 때까지 놀고 있으면 집집마다 엄마들이 우리를 호명한다. 그러면 한 명씩 한 명씩 집으로 들어간다. 

  얼음불, 스카이콩콩, 배드민턴, 훌라흐프, 줄넘기 등을 했다. 야구도 가능했다. 작은형이 야구공을 주우러 갔는데 개가 작은형의 팔목을 물었다. 개가 야구공을 물고 있었는데 형이 그 공을 꺼내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물린 것이다. 작은형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개는 다시 공을 입에 물고 유유히 사라졌다. 

 작은형의 수난은 그뒤 몇 번 더 있었다. 조각칼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공이 날아왔는데 하필이면 조각칼이 있는 호주머니 부위에 공을 맞아 칼이 형의 허벅지를 찌른 적 있다. 또 여름날 해수욕장에 가서 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쏜 작살이 형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형은 눈 옆이 약간 찢어졌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 

 작은형은 평발이었다. 그래서 친척들이 작은형 보고 군대에 가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작은형이 스무 살이 되어 신체검사를 받으러 갈 때도 우리 가족은 작은형은 평발이라서 군 면제될 거라 여겼다. 예상대로 작은형은 군 면제였다. 

 “평발 때문에 면제 된 거지?”

 아버지가 작은형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발 때문이 아니고, 부동시랜마씀. 짝짝이눈이랜 햄수다.”

 초등학생 때부터 경운기 운전을 했던 작은형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축 현장을 전전하다 설비 일을 시작했다. 동업을 하자는 사람의 꾐에 넘어가 사기를 당해 돈을 잃기도 한 작은형은 이제 곧 나이가 쉰인데 아직 결혼을 못했다. 

 작은형의 취미는 낚시다. 어쩌면 작은형은 바다라는 막은창 앞에 앉아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 같다. 작은형은 동부두 방파제에 자주 가는데, 방파제 끝은 막은창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작은형이 낚시를 가서 집에 돌아올 때 물고기를 들고 오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작은형. 물고기 잡지는 않으맨?”

 내가 작은형에게 물었다.

 “무사 안 잡으니. 갈 때마다 잡주.”

 작은형이 낚시도구를 손질하며 내게 말했다.

 “겐디 무사 물고기가 어수광?”

 “그 자리에서 소주에 회 쳐 먹었주.”

 내일도 작은형은 동부두 방파제 끝에 앉아 소주 한 잔 들이켜고 안주를 찾아 낚시대를 바다에 드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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