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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니킴 Jan 30. 2024

지금,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Rebirth #10 

사고 난 후 자괴감에 사로잡혀있던 시기, 나는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나만의 감정들에 대해 적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내가 정말 쇼크사로 죽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일 내가 지금 아프지 않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불어 터져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다리로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등등.


기록을 하며 응어리지고 깊어져버린 나의 상처와 감정들을 풀으려 노력했고, 그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 이 사고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실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일기를 잘 적다가도 금방 나약해지고 우울해지기를 반복했다. 남들처럼 두 다리가 건강한, 평범한 인생이 부러웠다. 




나도 두 다리가 건강했었던,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지금은 뼈가 다 붙어 목발 없이도 아주 자유로운 직립보행이 가능해졌고 뛰어다니기까지 한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사고 났는지 모를 정도로 흉터도 옅어지고 다리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다. 주치의 선생님은 내가 정말 운이 좋다며, 성인의 뼈가 다 붙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고 이렇게 빠른 시간에 회복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셨다. 



글쎄. 

내가 정말 운이 좋아서 뼈가 다 붙은 걸까?라고 한다면, 물론 내가 정말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를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의 인생을 찾기 위해,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 일기를 쓰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열심히 재활운동을 한 긍정적인 노력의 결과였으리라. 



어느 정도 회복 후에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찾아 이뤄나갔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죽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유럽여행도 부모님의 도움없이 내 힘으로 다녀왔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인 수영을 다시 찾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빛났던 나를 기록하기 위해 타투도 하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은 남 눈치 보지 말고 다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는 그 무엇이라도 말이다. 내가 해냈듯이 여러분도 할 수 있고, 내가 이 악물고 버티면서 이겨냈듯이 여러분도 버티고 이겨낼 수 있다. 생각보다 우리는 강하고 해낼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내면의 힘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스스로를 따듯하게 안아주고 믿어주면 좋겠다. 



앞으로 살면서 또 예상치 못 한 고통과 시련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죽을 뻔했다가 다시 살아났고, 말라가는 신경과 근육을 다시 살려낸 사람이며, 굳어가는 다리로 다시 한 걸음부터 걸음걸이를 익힌 사람이기에. 어떤 고통이 몰려와도 매우 힘들겠지만,  잘 버티며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때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뼈가 깎이는 고통을 딛고 또다시 살아났기에 또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Rebirth. 나는 2014년 10월 1일 부로 다시 태어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나는 내가 누군지 알게 되었고, 나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 사고는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이었지만, 이 사고가 단순히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

다시 태어나 진짜 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찾은 나 자신이 너무 소중하다. 

좋은 것만 먹이고, 잘 재우고, 좋은 것들로만 나를 꽉 채워주고 싶다. 

평생 철심과 함께 살아야 하는 조금은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있는 내가,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좋다. 

다시 잘 걷고싶어서, 더 나아지려고 너무너무 힘들었지? 

수고했어 쥬니야, 앞으로도 더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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