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연습

by 아이작 유

오랜 기간 이공계 관련 일에 종사하다보니 나는 기본적으로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짙어졌다. 하지만 현대 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중국의 주광첸이 말했듯, 실용적인 관점은 이해관계로만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며, 과학적인 관점은 인과관계로만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는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은의 시 ‘그 꽃’의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만약 내가 화자였다면 이랬을 것이다. “내려갈 때 못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왜냐하면 그 꽃은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 어떠한 이득을 주지 않을 것이기에. 그리고 그 꽃에서 내가 다른 사물 또는 다른 사람과 어떠한 연결 관계를 파악할 수 없을 것이기에. 하지만, 이해관계가 없을지라도, 인과관계가 없을지라도, 그 꽃은 그곳에 홀로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단,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심미적인 눈이 있는 자에게만 말이다.


주광첸은 실용적인 관점이 추구하는 것은 ‘선’이며 과학적인 관점이 추구하는 것은 ‘진’이라 했다. 그리고 심미적인 관점이 추구하는 것은 ‘미’이다. 선과 진에는 어떠한 목적이 있다. ‘이득’ 또는 ‘진리’ 같은 것이 그것이다. 선과 진을 좇는 사람들은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목적을 부인하는 것에 무관심과 혐오감을 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에는 어떠한 목적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미에는 반드시 다른 대상과 관계성을 가질 필요가 없다. 미는 어떤 대상의 본연의 모습 그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된다. 그래서 본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자는 직감이라는 것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맛보고, 체험하고, 느낀다. 어린 딸과 산택을 하면 딸이 지나가는 새와 나무와 꽃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까치가 인사하고 지나갔네~! 까치가 기분이 좋은가봐~!” “벚꽃눈이 많이 떨어졌어, 아빠. 벚꽃들이 이제 쉬고 싶나봐!” 딸은 실용적인 관점과 과학적인 관점을 벗어나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본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자 할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바라보는 대상의 심미적 이미지와 강하게 결합되어 마치 자신과 대상이 하나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실용적인 관점과 과학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그 거대한 세상의 공간들은 심미적인 관점을 가질 때 보이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 사회 조직에 속한 자로서 그 사회의 필요를 채우고 쓸모를 인정받을 때에만 바라볼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나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중요한 인과성을 만들어낼 때에만 바라볼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한 때는 지나치게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 때 나는 성공이라는 것을 얻고자 나를 좀 희생시키면서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나는 내가 존재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그리고 내 본연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 정말로 가치있다고 느낄 때 나는 내 안에 잠재된 많은 것들 하지만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이후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나에게 득이 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의 기준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난 정말로 좋은 사람들을 지나쳐버린 경우가 많아 나중에 크게 후회를 한 적이 많다. 이제는 사람들을 대할 때, 이해관계와 인과관계의 필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필터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 사람들 외면이 아닌 내면 속에 있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느끼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을 때는 하는 일이 글을 쓰는 작가인지라 어느 정도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작가가 이렇게 말을 하는데 그 생각을 인용하여 나의 생각을 더 좋게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읽는 독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책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는 연습을 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해관계로 가득차 감정이 매말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소설, 시, 문학, 에세이의 책을 잡고는 이 책을 통해 뭐를 하겠다는 의지나 이 책을 분석해서 가치있는 것을 내놓겠다는 분석이나 판단을 모두 배제한 채, 온전하게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읽고 그 문장에서 흘러나오는 심상들을 느끼고자 집중한다.


주광첸은 이렇게 말했다. “지나간 날들은 그저 칠흑 같은 어둠일 뿐이다. 우리가 그나마 이 어둠을 알아챌 수 있는 건 사상가와 예술가들이 드문드문 하늘에 흩뿌려 놓은 별빛 덕분이다. 이 별빛을 소중히 여기자!” 나는 그 아름다운 별빛을 바라보기 바라보기 위해서 그리고 또 하나의 아름다운 별빛을 흩뿌리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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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지능><노트지능><걱정마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저자


오.괜.사.연. (오늘을 괜찮게 사는 60가지 연습들) 출간 문의는 writetoisaacyou@gmail.com 으로 메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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