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녀에게 가장 잘 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연습

by 아이작 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는 바로 자녀 교육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부모는 아파트 가격이 비싼 곳으로 이사를 가서 하우스푸어가 되기도 하며 직장에서 받는 월급의 대부분을 지출하기도 한다. 자녀 교육 때문에 기러기 가족을 선택하기도 하며 자녀 교육 때문에 극심한 부부 싸움이 일어나 가정이 깨지기도 하다. 자녀 교육은 가정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주택 시장의 실수요자인 30~40대에게 집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녀 교육’이다. 전세계 가장 높은 교육열을 지닌 우리나라 부모는 자신이 굻더라도 자식 공부는 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부모는 자신의 출퇴근이 힘들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뉴욕타임스는 전세계 주요국가의 교육열에 대해서 비교 분석을 했고 OECD회원국 주요 23개 국가의 세대별 성인 학력 수준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의 학력 수준이 같거나 높은 경우가 96%로 세계 최고로 수준을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녀 교육’ 요건은 집값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자녀 교육 환경이 우수한 곳, 다른 말로 좋은 학군이 형성된 곳 (예를 들어,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분당)의 아파트는 공급에 비해 엄청나게 큰 실수요가 있고 이것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2018년 11월 방영되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스카이캐슬. 이 드라마에서 상위 0.1% 엄마들은 자식들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입시 전쟁을 치른다. 나는 스카이캐슬을 통해서 ‘명문대 진학’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자유와 감성, 창의성을 희생시키기까지, 학생들을 규격화, 정형화시키는 입시 교육 체제와 비정상적인 자녀 교육에 의해 해체되는 우리 나라 가정의 웃픈 현실을 보았다. 그런데 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스카이캐슬 엄마들의 교육열은 드라마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실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가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는 말은 정말로 진리이다.


주변에서 교육열 있는 부모들이 자녀를 교육시키는 모습을 묘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녀가 유치원 갈 나이가 되면, 부모는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낼지 말지를 고민한다. “국어 조차 잘 못하는데 영어가 뭐가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변 지인의 아이들이 영어 유치원에 다닌 뒤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내 아이가 뒤쳐지지 않을까?”하며 부모는 걱정하게 되고 미국에 보낼 수 없으니 이것이 최선이라며 결국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게 된다. 매달 100~130만원을 교육에 쏟는다. 일년이면 1,200만원~1,560 만원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부모는 학원이라는 교육 전문 기관에 자녀 교육을 전담시킨다. 국어 논술/토론 학원에, 수학 학원, 영어 회화 학원은 기본이고 자녀가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플룻 등 악기 하나쯤은 다뤄야 하니, 아이를 음악 학원에 보낸다. 이뿐만 아니다. 건강한 신체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태권도, 축구, 야구, 수영, 테니스, 발레 등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 하나를 정해서 학원을 보내고, 최근 4차 산업 혁명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찍이 코딩 학원에 보낸다. 이렇게 자녀 교육에 투자하면 매달 학원비로 100만원 정도가 지출되며. 만약 자녀를 과외까지 시킨다면,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둘 있는 지인 L씨네 가정은 자녀 교육에 300만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L씨와 그의 아내는 모두 대기업 회사에 다니며 함께 버는 수입이 매달 800 만원이다. 즉 소득의 40~50%를 자녀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L씨는 자녀 교육 지출을 줄이고 싶지만, 이 과정에서 아내와 여러 다툼이 있었고, 자녀 교육은 아내에게 전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자신의 용돈보다 자녀 교육 지출 비용이 압도적으로 큰 것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L씨가 나에게 말해준 것 중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L씨네 가정이 자녀 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분당 그리고 강남의 자녀 교육비에 비교하면 택도 없이 작은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 이후 6년 간의 명문 고등학교/대학교 입시 전쟁이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학구열이 뜨거운 지역의 학원들은 자녀 맞춤 코디네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자녀에 맞는 최적의 입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백만원 정도의 학원비가 수백만원으로 퀀텀점프를 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무리해서라도 좋은 학원가들이 즐비한 분당과 같은 좋은 학군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한다. 이게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실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의 현실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나의 자녀들을 생각할 때 솔직히 다시 미국에 Job을 잡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이 아닐 수 있으며, 미국에 돌아간다고 미국에서 자녀들이 꼭 원하는 삶을 산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나는 우리나라에 있는 동안 가능한 좋은 대안을 시도해보자는데 의견을 맞추었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가르쳐주고자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런 부모의 마음이다. 나는 나의 자녀들에게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가장 좋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기에, 나는 가장 좋다는 것을 결정할 때 필요한 기준들을 고민했다. 고민한 결과, 일단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가장 자신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보았다. 과학, 글쓰기, 책읽기, 말하기, 영어 이렇게 다섯 가지 최종 후보가 남았다. 가장 내 눈에 뜨인 것은 과학이었다. 첫째 딸이 예쁜 인형이나 책 보다는 자동차, 비행기, 가전제품, 나무, 식물, 동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첫째 딸에게 맞는 과학 실험을 고안해보았다. 내 전공을 백분 발휘하여 최신 과학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과학 실험, 아이가 직접 집에서 관찰하고 다룰 수 있는 안전한 과학 실험, 아이의 수준에 맞게 설명 가능한 과학 실험들을 삼 십 가지가 넘게 기획하였고 이를 통해 아이와 즐겁게 놀았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예서야, 젓가락 끝에 있는 이 물은 무슨 모양이야?”

“공같아~”

“그런데 공처럼 생긴 물이 아빠 손에 올려놓으면 어떤 모양이 돼?”

“납작해졌네 ~”

“그럼 예서야, 왜 동그랗던 물이 이렇게 납작해졌을까?”

“그러게 말이야~!”

나는 예서의 반응에 웃는다. 그리고 다시 왜 그런지 물었다.

“음… 어… 딱 눌러서 그랬나?”

“응 예서 말대로 위에서 딱 누르면 납작해지긴 하는데 아빠는 안 눌렀어. 납작해지는 이유는 아빠 손이 공같은 물방울을 줄다리기하듯 잡아당겼기 때문이야. 아빠가 예서 볼 꼬집듯이 말이야!” 나는 말을 이어서 우리가 무엇을 할지 생각을 예서에게 말해주었다.

“예서야 오늘 우리가 할 것은 말이야~ 납작해진 물방울이 납작해지지 않고 예서가 좋아하는 축구공처럼 구르게 하는 거야~ 같이 해볼래?”


이렇게 해서 재미있는 실험이 시작되었다. 준비물은 집에 굴러다니는 양초/향초 그리고 양초의 그을음을 받아줄 유리/세라믹이 전부다. 양초에 불을 붙이면 밝게 타오르는 불이 보인다. 양초는 탄소덩어리이고 이것이 산소와 만나 이산화탄소가 되고 빛과 에너지를 만드는 현상이다. 그런데 양초 불 끝 쪽 (가장 온도가 높아 연소가 잘되는 부분)에 유리/세라믹을 갖다 대면, 완전히 연소되지 않아 탄소 그을음이 유리/세라믹 표면에 검게 달라붙는다. 유리/세라믹을 움직여주면서 표면 전체에 그을음으로 도배해버리면 완성이다 (이 때 아이가 양초 불에 데이지 않도록 꼭 주의하라). 재미있는 것은 우리 눈에 단지 검은색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을음이라는 것을 자세히 확대해보면 매우 작은 탄소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한 작은 입자들이 달라붙는 표면에는 빈 공간들이 매우 많다. 이 빈 공간을 공기가 채우고 있다 (에어 포켓 현상). 또한 탄소 덩어리인 그을음은 물을 싫어한다. 손이 물을 잡아당겨 납작하게 만든 것과 달리 그을음은 물을 잡아당기는 힘이 작기 때문에 그을음에 물이 닿으면 물이 둥그래진다. 이러한 이유들이 함께 작용하여 그을음 표면에 물이 떨어져도 물이 납작해지거나 달라붙지 않고 축구공처럼 굴러다니거나 튕기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5분도 안되어 이 실험을 아이와 완성할 정도로 매우 쉬운 실험이지만 이 안에는 나노 과학 기술이 숨겨져있다. 연꽃잎 표면에 물이 달라붙지 않는 원리도 바로 이것과 동일하다. 예서는 인생 처음으로 물방울이 납작해지지 않고 축구공처럼 굴러다니는 것을 두 눈으로 관찰했고 몇시간째 이것을 가지고 놀았고 행복해했다.


KakaoTalk_Photo_2020-04-20-18-46-43.jpeg 예서 3살 때, 함께 실험했던 모습을 담은 사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사랑하는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쳐주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대화하고 교감하고 생각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것은 짧은 시간에 어떠한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수업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동행하는 산책과도 같다. 나는 내 자녀가 이미 정해진 답을 빨리 그리고 정확히 가려내야하는 입시 교육에 맞춰진 인재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깊이 생각하고 자세하게 관찰하고 답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길 원한다. 이를 위해, 나는 사랑하는 자녀에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주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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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지능><노트지능><걱정마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저자


오.괜.사.연. (오늘을 괜찮게 사는 연습들) 출간 문의는 writetoisaacyou@gmail.com 으로 메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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