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 Kei Sep 26. 2018

무인양품과 건축

무인양품은 일본에서 시작한 생활잡화 등을 파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한국에도 진출해 익숙한 브랜드이다. 처음에는 이마트 노브랜드 같이 세이유라는 유통업체의 자회사로 시작해 양질의 노브랜드 제품을 팔던 무인양품은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을 넘어서 건축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무지 인필이나 무지 호텔, 하우스 비전 등의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무인양품 최대 규모의 점포로 알려진 무인양품 유락쵸점


무인양품은 [無印: 도장이 찍히지 않은, 良品: 좋은 제품]으로 제품 어디에도 브랜드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누구나 한번 보면 ‘아 이건 무인양품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브랜드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디자인의 물건을 만든다. 이것은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原研哉)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강한 디자인적 철학을 가진 브랜드가 제시하는 건축은 2004년 무지 하우스부터 시작했다. 무지 하우스는 현재 3개의 타입으로 나오고 있으며(木の家/나무의 집, 窓の家/창의 집, 縦の家/세로의 집), 각자 키워드에 맞는 브랜드 철학이 담긴 주택으로 무인양품이 제시하는 주택의 이상향을 보여주며 일본의 주택시장에 새로운 문화를 전파하는 계기가 된다. 

MUJI HUT은 무인양품에서 만든 오두막으로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


무지 인필 제로와 무지 인필 플러스는 무인양품이 무지 하우스나 무지 HUT과 같은 새로 집을 만드는 서비스가 아닌 원래 집을 리노베이션 하는 서비스이다. 옛 건물을 허물지 않고 활용하여 리노베이션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시되는 요즘, 무인양품은 무지 인필을 통해 더욱더 쾌적한 ‘무인양품다운’ 주거 형태를 제시한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가 생활잡화를 넘어서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준다. 최근 무인양품은 무지 호텔을 중국 선전과 베이징, 그리고 2019년에는 도쿄 긴자에 런칭을 목표로 하면서 공유 사회 등 더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하우스비전-서울 : OPEN SEMINAR 2018] 당시 하라 켄야의 강연
2016년 HOUSE VISION 당시 하라 켄야, 쿠마 켄고, 사다오 쓰치야 등
건축가 쿠마 켄고와 도요타 자동차의 콜라보로 만든 컨셉주택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와 다이토켄타쿠가 콜라보로 만든 컨셉 집합주택

그렇다면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주거의 미래는 어떠할까. 이 질문의 대답은 하라 켄야가 직접 기획하는 하우스 비전 행사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우스 비전은 주거의 미래를 다양한 기업과 건축가 및 디자이너의 콜라보로 컨셉 주거를 만들어 전시하는 행사로 2016년에는 도쿄, 2018년에는 베이징에 열릴 예정이고, 올해 3월 서울에 워크숍이 이루어져 조만간 서울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예를 들어, 쿠마 켄고와 도요타는 자동차 회사라는 아이덴티티에서 영감을 받아 유목민적인 건축을 컨셉으로 주택을 제시하였다. 디자이너 시바타 후미에와 야마토 운륜이라는 일본의 대표적 택배회사는 택배를 받는 과정에 있어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방식을 제안한다. 또, 아틀리에 원과 무인양품은 전형적인 일본 농촌과 어울리는 테라스 오피스를 설계하여 도시의 삶 속에서 벗어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가능한 건축을 설계하였다. 무인양품은 브랜드 철학이 매우 강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무인양품의 초기 아트디렉터인 다나카 잇코는「간소가 호화롭게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그 간소한 힘에 간직한 지성이나 감성을 오히려 자랑으로 생각하며, 그런 가치 체계를 더욱 세계에 발신할 수 있다면, 더 적은 자원으로 미 의식과 풍요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만큼 무인양품의 철학을 잘 설명하는 문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니멀리즘 속에서 더욱더 풍요로운 건축, 이러한 건축이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건축의 미래이자,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미래의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