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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뷰리 Jul 15. 2020

나는 매일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을 먹는다

점심고민 없는 회사원의 일상기


우와 도시락이 참 예쁘네요!

새로운 회사에 익숙해지는 과정 중에, 점심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첫 회사에서는 구내식당이 있었기 때문에 2년 10개월 동안 점심메뉴 고민을 딱히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점심 회식이나 가끔 바깥 음식을 먹었기에 그때는 제외하고.

그런데 이직한 회사의 점심 풍경은 모두들 도시락을 싸오는 것이 아닌가.


첫 주는 영 익숙하지 않아서 혼자 나가 점심을 먹었다. 가끔 도시락을 챙겨 오지 않은 동료와 함께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도시락을 싸왔기 때문에 나는 이 문화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지만 아침마다 내 도시락을 싸는 것을 생각보다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부스럭”


어느 날 아침, 나는 저녁에 내가 만들어 놓은 카레와 밥을 챙겼다.


부엌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뭐하냐고 물었다.


“아침마다 내가 싸줄게”


그 이후로 엄마는 나를 위해 아침 도시락을 만들어 주신다.


전날 전을 해 먹었었나 보다. 도시락을 보면 전날 메뉴가 보인다.


아무래도 도시락이 좀 눈에 띄었는지 지나가는 동료들 마다 한 마디씩 한다.


“도시락 직접 싸오시는 거예요?”


엄마가 아침마다 싸오는 걸 안 뒤로는 다들 나의 엄마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상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색상과 야채, 고기 비율 및 모든 것이 완벽(?) 하기 때문.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리 엄마’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 일본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자랐다. 젊었을 때 요식업으로 소위 대박을 친 경험도 있어 보이게만 좋은 음식이 아닌 맛도 있다. 다만 집밥이기 때문에 조미료는 일절 없다는 것이 특징.


자세히 보면 과일을 꼭 넣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엄마 밑에 나고 자라서인지 나는 유달리 맛에 민감하고 맛있는 음식만 먹고 싶어 한다.(우리 동생도 해당된다)


그 와중에도 편식 아닌 편식을 하는 나는 과일을 잘 먹지 않는데, 도시락을 싸주는 것은 모두 먹는 나를 보고 과일을 이렇게나 많이 싸주신다.


웬만하면 그냥 밥은 없다. 후리카케가 포인트.


외부 미팅이나 촬영이 있지 않는 한 이렇게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나이가 몇인데,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 거냐고 물어본다면,


내 나이 28살.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라고 답하고 싶다.


난 아직 엄마 밥이 더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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