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해산물이 싫다고 하셨어
이모가 너 좋아하는 전복 보냈네
엄마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생도 고기 파라서 해산물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식재료이다. 전복이 많이 와 전복장을 담가야겠다며 흥얼거리는 엄마.
이런 사랑을 계속 받아왔던 탓일까,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밥 좀 많이 넣지 말라니까,
어느 점심 날, 도시락을 열었는데 밥이 너무 많아 밥만 남은 적이 있다. 이 날 저녁에 밥이 너무 많으니 반찬을 더 넣어주던지 밥을 적게 넣어달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싸가지가 없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엄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늘 해산물은 취향이 아니다, 고기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 싫어하는 음식은 알았지만 막상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하려니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엄마는 빠다코코낫이랑 비비빅”
어릴 적, 슈퍼마켓에 과자 사러 갈 때 엄마는 늘 과자는 빠다코코낫 아이스크림은 비비빅이었다. 이 기억을 가지고 며칠 전 빠다코코낫과 비비빅을 사 가지고 갔더니, 언제 적 취향이냐며 타박을 받았다. 엄마의 취향도 변하는데... 바쁘다는 핑계와 늘 내 옆에 있을 것이라는 당연함 때문인지 엄마는 늘 뒷전이었던 게 미안해졌다.
“엄마가 먹고 싶은 걸로 먹자!”
가족 단톡 방에서 ‘오늘 저녁 메뉴’에 대한 엄마의 질문에 오늘은 엄마 먹고 싶은 걸로 먹자고 했다. “그럼 나가서 코다리찜을 먹을까?”, “반포에 두부집 잘하는 곳 있는데 거기 갈까?”. 매번 돈 생각하며 식구들 건강 생각하며 집밥을 고수하던 엄마지만 더운 여름날 불 앞에서 요리 하기란 엄마도 힘이 든다.
“그래, 오늘은 나가서 먹고 오자. 내가 살게!”
어릴 때부터 해산물에 환장하는 나를 위해 이렇게 도시락을 싸주시면 그 날은 회사에 더 난리가 난다.
너 진짜 엄마한테 잘해라
지나가는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다.
아무리 전 날 심하게 싸웠어도, 점심 도시락을 보면 역시 난 엄마밖에 없다고 느낀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세계는 당신과 하나가 된다.
-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