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고민 없는 회사원의 일상기
우와 도시락이 참 예쁘네요!
새로운 회사에 익숙해지는 과정 중에, 점심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첫 회사에서는 구내식당이 있었기 때문에 2년 10개월 동안 점심메뉴 고민을 딱히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점심 회식이나 가끔 바깥 음식을 먹었기에 그때는 제외하고.
그런데 이직한 회사의 점심 풍경은 모두들 도시락을 싸오는 것이 아닌가.
첫 주는 영 익숙하지 않아서 혼자 나가 점심을 먹었다. 가끔 도시락을 챙겨 오지 않은 동료와 함께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도시락을 싸왔기 때문에 나는 이 문화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지만 아침마다 내 도시락을 싸는 것을 생각보다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부스럭”
어느 날 아침, 나는 저녁에 내가 만들어 놓은 카레와 밥을 챙겼다.
부엌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뭐하냐고 물었다.
“아침마다 내가 싸줄게”
그 이후로 엄마는 나를 위해 아침 도시락을 만들어 주신다.
아무래도 도시락이 좀 눈에 띄었는지 지나가는 동료들 마다 한 마디씩 한다.
“도시락 직접 싸오시는 거예요?”
엄마가 아침마다 싸오는 걸 안 뒤로는 다들 나의 엄마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상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색상과 야채, 고기 비율 및 모든 것이 완벽(?) 하기 때문.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리 엄마’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 일본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자랐다. 젊었을 때 요식업으로 소위 대박을 친 경험도 있어 보이게만 좋은 음식이 아닌 맛도 있다. 다만 집밥이기 때문에 조미료는 일절 없다는 것이 특징.
이런 엄마 밑에 나고 자라서인지 나는 유달리 맛에 민감하고 맛있는 음식만 먹고 싶어 한다.(우리 동생도 해당된다)
그 와중에도 편식 아닌 편식을 하는 나는 과일을 잘 먹지 않는데, 도시락을 싸주는 것은 모두 먹는 나를 보고 과일을 이렇게나 많이 싸주신다.
외부 미팅이나 촬영이 있지 않는 한 이렇게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나이가 몇인데,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 거냐고 물어본다면,
내 나이 28살.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라고 답하고 싶다.
난 아직 엄마 밥이 더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