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논리는 천하무적
과일을 먹어야 피부가 좋아지지
나는 학창 시절부터 피부가 좋지 못했다.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였고 매번 피부과에 쏟아붓는 돈만 몇백만 원이었다. 피부에 유난을 떠는 나를 볼 때마다 엄마의 단골 레퍼토리. 과일을 안 먹으니까 그렇지.
어린 아이들이 밥을 잘 먹지 않을 때 부모님들은 항상 ‘이거 먹으면 예뻐진다’, ‘옆집 친구보다 똑똑해진다’는 말로 유혹했다. 머리가 점점 차는 순간 이는 모두 달콤한 거짓임을 알아차리고는 반항하기 시작한다.
"콩 먹어서 머리가 좋아지면, 시험 전에 다들 콩만 먹게?"
비슷한 사례로 내 남동생은 어릴 적부터 물 대신 우유를 마셨으나 (군대도 다녀온) 현재, 키 175로 대한민국 남성 평균 신장을 보유하고 있다. 왜 어른들은 음식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생각할까? 근거가 있는 소리일까?
고기를 딱히 좋아라 하지 않는 나를 위해 간혹 협박의 도시락을 싸주는 엄마. 이렇게 하면 먹겠지 하는 심정으로 싸주는 것, 내가 다 안다. 건강을 위해 채식만 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엄마는 가장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내가 고기반찬에 대한 반항심으로 자주 쓰는 멘트이기 때문이다.
"요즘 비건이 얼마나 대세인데, 건강을 위해서도 많이들 한다고"(하지만 나는 비건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영양소 골고루 먹는 사람이 건강할 것 같니, 채. 식. 만 하는 사람이 건강할 것 같니? 콩고기니 어쩌니 해도 동물성으로 섭취하는 거랑은 다르다니까, 그냥 고기 좀 먹어!!"
물론 엄마는 비건에 대해 깊게 아는 것은 아니나, 무릇 어른들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는 것. 내 자식이 편식을 하는 것을 어느 엄마가 가만히 보겠는가. 영양학적으로 엄마의 의견이 틀렸다고 할지언정 엄마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고기반찬 없다고 성난 남동생이나 많이 주라고 말하면 등짝 스매싱은 덤이다.
오늘은 고기반찬이네요?
하하, 네, 속으로는 웃지 못했고 겉으로는 도시락을 해치웠다.
오늘도 엄마가 이겼다.
모든 것이 진리라는 생각은 어떤 것도 진리가 아니라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채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