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에는 번거로운 김밥 도시락
"이번 주는 간단하게 먹고 싶은데"
고기가 너무 많은 도시락 탓이었을까,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오후에 잠이 쏟아졌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싶었다. 엄마도 준비하기 편한 간단한 도시락을 요청드렸다.
간단하게 먹고 싶을 땐 김밥이지
"비주얼 대박, 사진 찍어도 돼요?"
엄마는 어릴 적부터 나를 위해 김밥을 자주 만들었다. 학창 시절 내내 회장이었던 나 때문에 매 학년 담임선생님들의 도시락을 손수 만드셨는데, 주로 김밥을 많이 만드셨다. 담임선생님은 한분이신데 거의 5층 도시락을 가져갔던 기억이 있는데, 동료 선생님들과 나눠먹으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어렴풋하게 담임선생님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동공 확장된.. 표정?)
소풍 가는 날이나 도시락을 싸주는 날이면 내 도시락도 거의 3인분을 싸주셨다. 어릴 때에는 부모님이 맞벌이하는 친구들 생각해서 같이 나눠먹으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회사 점심 도시락은 다르다. 다들 싸오거나 아니면 나가서 사 먹기 때문에 넉넉히 싸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엄마는 김밥을 싸주는 날이면 어김없이 넉넉하게 싸주었다.
"주변에 도시락 먹는 사람들이랑 같이 나눠먹어"
김밥을 싸 본 사람은 안다. 김밥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것을.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김밥을 준비해본 적이 없는 나는 '먹기 간단'하기 때문에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한동안 다양한 김밥을 점심 도시락으로 만날 수 있었다. 김밥 도시락이 엄마를 더 귀찮게 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엄마, 그냥 있는 반찬 담아서 주세요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 어머니 1(김초혜 시집, 어머니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