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뷰리 Nov 09. 2021

프러포즈와 결혼식이 없는 결혼을 한다.

29.8세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유부녀가 되었다.

슬슬 우리가 살 집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생각해보니 이게 프러포즈였던 것 같다.




나와 남자 친구는 21살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횟수로 치면 만 8년이 넘고 9년 차 커플인 것이다. 평범한 커플들처럼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고 사소한 것에 싸웠지만 생각해보면 둘 다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결혼과 연애라는 카테고리에서의 서로의 관념이 특히 그러하다. 그 흔한 커플링을 한 번도 맞춘 적이 없는데 가장 큰 이유는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커플링을 하는 이유는 대게 '나 임자 있어요'와 같은 표식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데 둘 다 굳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래서 결혼반지 또한 생략하려고 했으나... 이는 차차 얘기해보도록 하자.)


특히 결혼에 관해 나의 오랜 소망이 있었는데 바로 '그 흔한 결혼식은 하기 싫다'였다. 생략하면 더 좋고.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결혼식을 할 비용으로 차라리 신혼여행을 한 달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식의 문제는 당사자 둘의 문제가 아닌 양가 가족에 대한 문제이므로 소망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다.


너희 원하는 대로 하렴

예전부터 남자 친구가 자신의 가족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굉장히 쿨한 집안이라고 설명했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더 그러했다. 오히려 우리 가족들이 그래도 결혼식은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결론은 정말 결혼식이 없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


결혼식이 없어지니 생각할 것이 절반으로 줄었다. 가장 중요한 우리의 거처만 정해지면 대부분 정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니 남자 친구의 저 말이 결국 프러포즈가 되었다. 가끔 장난으로 '프러포즈는 그래서 언제 할 거냐'라고 물어보지만 사실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가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양가에서 축복해준 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저 이야기를, 그러니까 프러포즈를 2021년 6월 말인가 7월 초(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에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우리 엄마에게 허락을 받는 일이었다. 이때의 주제는 '결혼을 하긴 할 건데 그전에 같이 살고 싶습니다. 그것을 허락해주세요'였다. 우리 엄마는 결혼식을 정해놓고 먼저 같이 사는 건 오케이, 근데 결혼식도 정하지 않고 그냥 사는 건 동거랑 다를 것이 없으므로 그건 안된다고 하셨다. 결론은 결혼식이 없는 결혼이 되었기 때문에 집이 정해지면 혼인신고 후 바로 결혼생활 시작이다!

코리안다이닝 mishmash 미쉬매쉬 점심 상견례

사실 성격이 매우 급한 탓에 7월부터 서울 강남권 부동산을 거의 투어 하다시피 돌아다녔지만 그래도 상견례는 하고 집을 정하고 싶었다. 상견례라고 해봤자 결혼식 날짜, 장소 등을 정할 게 없었기 때문에 양가 가족이 얼굴을 보는 자리 정도로 해두고. 남자 친구 부모님이 원주에 계셨고 코로나 4단계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어머니만 올라오셔서 서울 중구 '미쉬 매쉬'에서 식사를 하였다. (지금에서야 하는 소리지만 그냥 뷰 하나만 보고 예약했는데 한옥 미슐랭 음식점인데 일하는 분들이 모두 외국인이라서 소통이 썩 잘 되지 않으므로.. 상견례로 이 식당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룸은 없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있어 그 점은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나와 남자 친구가 동갑이라 어머니 두분 모두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런지 말이 매우 잘 통하셨다. 기억으로 당일의 대화는 서로 자식 자랑(�)을 곁들인 앞으로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으며 예물, 예단, 혼수 등 모든 것은 돈으로 줄 테니 너네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것으로 하렴으로 결론이 났다.


그 이후로 부동산 정책이 정말... 뭐 같았고 내년에는 전세난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10월에 거의 매일 부동산을 보러 다녔다. 나와 남자 친구의 직장이 같은 신사, 압구정이기 때문에 너무 멀지 않으면서 투룸 전세인 곳을 찾다 보니 강남 서초권의 집은 다 본 듯하다... 그러다 정말 둘 다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하고 그날 밤에 가계약 진행을 바로 했다.




우리는 결혼식이 없기 때문에 신혼부부 전세대출 증빙서류인 '청첩장 또는 결혼식 계약서'를 대신할 혼인관계 증명서가 필요하여 은행 상담한 당일 바로 혼인신고를 했다. 사실 대출 심사 후 3개월 이내 혼인신고를 해도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은행 상담원이 그냥 혼인관계 증명서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고 하셔서 정말 이렇게 빨리 할 계획이 없었지만... 혼인신고를 하게 되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법적으로는 유부녀(�)이다.

서초구청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날




부부 일정 관리 어플 추천

타임트리 timetree

기존 휴대폰 캘린더와 동기화가 됨

일정 등록, 수정을 하면 부부 모두에게 바로 알람이 감

애플워치 등 워치 유저들은 일정 15분 전에 알람이 부부 모두에게 가서 일정 확인이 쉬움

색상으로 누가 등록한 일정인지 확인 가능(보라:/초록:남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