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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29. 2023

201동 무균실로 보내는 편지

우리에겐 반드시 기적이 일어날거야.


지금 무균실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아빠


아빠가 정말 많이 힘들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도뿐이라는 게

참 답답하고 속상해 


잠깐 모든 걸 잊고 즐겁게 웃으며 지내다가도 

문득 아빠가 홀로 무균실에서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신음할 생각을 하면 

마음 한편에 죄책감이 밀려오곤 해


내일이 이식 수술날인데

오늘 열이 난다고 하니 

너무 걱정이 되고 긴장이 돼,

아빠는 더 그렇겠지?


하지만 아빠, 

모든 게 분명 잘될 거야


아빠는 강하고

또 강한 사람이니까 


우리 가족 그동안 힘든 일 많았지만 

이보다 더한 일들도 잘 이겨내 왔지 


십여 년 전 모든 걸 잃고

우리 가족이 서울로 올라왔을 때 

정말 막막하고 가난했지만 

아빠는 결국 밑바닥에서 다시 딛고 일어섰잖아


이번에도 분명, 

분명 잘 이겨낼 거야  


기적적으로 공여자도 나타났고

지정 헌혈해 주시겠다는 분들도 찾았고


생각해 보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일들이

기적 같아 


정말 감사해.


아빠가 입원한 사이에 벚꽃이 만개했어 

병원 창문으로 봄꽃이 보이면 좋을 텐데 

우리만 봐서 미안해


아빠,

내가 편지에 썼던 것처럼

내년 이 맘 때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 같이 제주도 여행 가자 


함께 벚꽃도 보고

유채꽃도 보고 


아빠, 

아빠를 위해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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