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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min Dec 19. 2017

발로 찾아다니는 특가, 예방접종

실습 일기

매일 자정이 되면 루틴처럼 특가상품을 본다. 대부분은 특가가 아니고, 특가라고 하더라도 재고 처리를 아주 조금 싼 가격에 해주는 형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좋은 가격이 등장해 행복하다. 문득, 왜 의료에는 특가가 없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두 종류가 있었다. 건강검진, 예방접종. 개인적으로 건강검진은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넓은 범위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가라고 하는 건강검진을 보면, '~에는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 있음'라고 적혀 있거나, 기본적인 혈액검사 한 세트를 여러 가지라고 말하는 등 비어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예방접종은 정직하다. 같은 종류의 예방접종이면 같은 약품을 쓰기 때문이다. 같은 원가의 비급여 예방접종에 대하여 얼마나 비싸게, 혹은 싸게 팔지는 병원의 소견이다. 


급여 예방접종은 나라에서 지원을 해 주기 때문에, 나라에서 충분히 필수적이라고 판단된 예방 접종들이다. 의사들의 입장에서 모든 필수적인 예방접종이 급여가 된 건 아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비급여 예방접종에 대해 말해주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싼 비급여 예방접종을 찾는다.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되면 사람들은 4가 독감 예방접종을 싸게 맞기 위해 많이 몰려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작년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올해 독감 예방접종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해 포털 사이트에 가격을 검색해봐서 알게 되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15000원에 4가 독감 백신을  투여하게 해 주는 병원에 대해 열띤 정보 공유가 일어나고 있었고, 다른 블로그에서도 그 병원을 가기 위해 몇 시간씩 소모하였다는 글을 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득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면 된다. 병원 측에서도 싼 가격에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주면 어느 정도의 이윤을 보장할 수 있으니, 공급과 수요가 꽤 잘 맞고 있었다.


동생이 어느 병원의 광고를 보여 주었다. 이비인후과의 광고였는데, 의학 관련 광고의 내용이 오직 '예방접종의 종류'와 '예방접종의 가격'이었다. 인터넷의 최저가보다 조금씩 비쌌지만, 근처의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어필이 될 만한 가격이었다. 이비인후과의 광고 내용이 비염이나 중이염의 치료가 아닌, 예방접종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검색해보는 겸 예방접종 최저가 병원의 후기를 더 검색해 보았더니, 모든 후기에서 꽉 찬 병원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100명 정도 기다리고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의 후기를 보고 난 뒤 돈을 조금 더 쓰고 시간을 아끼는 쪽으로 결정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병원의 후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불편했고,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 블로그도 있었다. 싼 가격으로 맞으려고 한 순간 그 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점'만 있는 환경은 웬만하면 없다.


필수 예방접종으로 다시 돌아오면, 의대생이 외워야 할 예방접종은 소아의 예방접종, 해외여행을 갈 때 예방접종, 성인과 노인에서의 예방접종이 있다. 소아의 예방접종이 제일 어려울 줄 알았고, 실제로도 겁을 엄청 먹었는데 알고 보니 제일 무난한 편이었다. 의외로 간단하고 생각보다 몇 종류 없으며, 나오는 것만 나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성인에서의 예방접종은 어떤 상태의 성인인지에 따라 예방접종이 달라지고, 병원에서 일하게 된 의사나 간호사에 대한 문제가 어려운 편이었다. '필수로 맞아야 할' 예방접종과 '권고되는' 예방접종을 구분하는 점이 어려웠다. 해외여행을 갈 때의 예방접종은 세상에 나라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고민하면서 공부했다. 시험 직전에도 맞을 자신이 없었다. 내년에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외워 봐야겠다.


사실 예방접종으로 글을 쓰려는 다른 계기는 임상의학종합평가 성적표에서 예방접종을 또 평균 미만 점수를 받았다. 지난번에는 다 틀린 반면, 이번에는 반은 맞았으나 아직 부족하다.  지난번에는 해외여행에 갈 때 예방접종, 소아에서의 예방접종 모두 당황했고, 하나라도 찍어서 맞을 줄 알았는데 다 틀렸다. 특히, 말라리아가 예방 접종이 아니라 약이라는 점을 몰랐었고, 알고 난 뒤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풀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부족했다 보다. 어쩌면 내가 예방접종을 싸게 맞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보다 예방접종에 대해 공부량이 적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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