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서비스기획자가 자아 확립해가는 이야기
지난 시간 전체 프로젝트의 개요와 계획을 짜는 법을 알아봤다면 이제 세부적인 틀을 만들 차례이다. 기획서 작성 시 보통 기획의도와 이유를 명시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간략히 작성한 후 해결방안에 대한 상세 설명으로 정책을 작성하는 편이다. 정책이란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서비스가 '어느 경우에,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해킹 문제에 대한 예방책으로 고객에게 정기적인 보안 강화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캠페인에서 전달할 내용은 크게 비밀번호 변경, 보안패치 적용, 추가 인증수단 설정이 있을 때 1년 차 서비스기획자는 잠시 멈칫한다. 메일에 한 번에 내용을 담으려 하니 사람들이 잘 안 읽을 거 같고, 팝업에 다 넣자 하니 내용이 너무 많다. 그렇다. 공지사항 하나 등록해서 끝나는 간단한 업무는 아니었다.
심기일전하고 다시 캠페인 내용의 '우선순위'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파악한다. 정기적인 비밀번호 변경과 보안패치 적용이 1순위였고, 추가 인증수단 설정이 2순위, 별도로 필수 보안 수칙도 정기적으로 안내되어야 할 것으로 확인되어 3순위로 설정하였다. 고객들에게 1:1로 보안 캠페인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은 크게 메일링, SMS, 팝업이 있다. 우선순위와 내용의 비중에 따라 적절한 수단을 매칭하고, 발송 주기를 설정한다. 메일링과 SMS는 이 정도에서 끝낼 수 있으나 팝업의 경우에는 조금 더 상세히 들어갈 수 있다.
1순위였던 비밀번호 변경 안내를 팝업 내용 안에 넣는다고 설정해보자. 우선 팝업 노출 대상자(WHO)를 선정하고, 어떤 내용(WHAT)을 담을지, 어느 위치(WHERE)에 노출할 건지, 언제부터 어느 주기(WHEN)로 노출할 건지를 결정한다. 이후 어떻게(HOW) 작동할 건지에 대해서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보지 않기'를 할 건지, '3일 동안 보지 않기'로 할 건지, '닫기'를 누를 시에는 페이지 재접속 시마다 노출할 건지 등 버튼의 작동 방법에 대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비밀번호 미변경 고객이 팝업 노출의 대상이었을 경우, 캠페인 주기 내에 변경한 고객도 포함할지, 60일 이내에 변경 이력이 있는 고객의 경우에도 노출을 할지 등에 대해서도 정해야 한다.
정기적인 업무의 경우에는 특히 한 번 설정한 정책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처음 정책을 설정할 때부터 세세하게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를 작성하는 와중에도 저 기능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쳐 정책을 설정하고 기획을 했을까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사용자 시나리오란 사용자가 서비스 이용 시 겪게 되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담고, 경우마다 어떤 데이터를 기준으로 어떤 페이지에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정책을 설정한 것으로 끝내면 좋겠지만 사람이 만드는 것에는 미처 발견 못 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줄글이 길수록 개발자에게 전달 시 가독성이 떨어져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못 전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MECE하게 모든 사용자들의 시나리오를 다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예시를 바탕으로 팝업 노출과 관련한 사용자 시나리오를 아래와 같이 간단히 작성해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2가지 특징이 있다. 팝업이 미노출되는 조건이 1) '관리자 비밀번호 변경, FTP 비밀번호 변경, 추가 인증수단 설정' 3가지라는 점과 2) 2가지 타입의 비밀번호가 각각 다른 페이지에서 변경 가능하다는 점이다. 1번 조건에서 하나라도 미충족 될 경우, 팝업이 계속 노출하도록 프로세스를 작성하였고, 2번 조건에서 각각의 비밀번호가 관리되는 DB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를 기준으로 조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건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재해줘야 한다. 이렇듯 사용자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정책 설정 시에서는 발견하지 못 한 중요한 부분을 발견하여 추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책과 사용자 시나리오는 필수적으로 함께 작성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