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피파이를 꿈꾸는 네이버와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신규 개설 수가 2019년 월 평균 20,000건에서 작년 월 평균 33,000건으로 늘 정도로 창업 열풍이 뜨거웠다. 쇼핑몰을 창업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직접 자사몰을 오픈하거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이용한다. 재밌는 점은, 자사몰을 오픈하더라도 네이버쇼핑 랭킹에 오르기 위해 연동기능을 꼭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네이버에서 자사몰을 오픈할 수 있도록 A부터 Z까지 지원해준다면 이커머스 업계는 어떻게 변할까?
이를 위해 3가지 주제를 선정해보았다.
1. 네이버가 이루고자 하는 사업모델, 쇼피파이
2. 쇼핑몰 솔루션 업계 내 경쟁상황
3. 중소판매자 육성 '네이버' vs 소비자 확대 '쿠팡'
쇼피파이는 쇼핑몰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쇼핑몰 디자인부터 결제, 배송시스템까지 자신이 원하는대로 한 번에 구축할 수 있도록 원스톱솔루션을 판매한다. 기존 스마트스토어도 간단한 상품 진열부터 정산관리 기능까지 제공을 했지만 커스터마이징에 한계가 있어 '자사몰'보다는 '오픈마켓'에 더 가깝다. 이를 넘어 네이버에서는 '머천트 솔루션' 기능을 강화하여 단순 판매를 넘어 판매자들이 네이버 플랫폼 내에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것이 쇼피파이 모델의 핵심이다.
데이터 기반 다양한 부가서비스
자사몰을 구축하는 데 있어 자율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부가서비스'이다. 판매, 정산, 배송 외에 마케팅 툴이나 고객관리 등을 얼마나 잘 보완해줄 수 있는지,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가 여기서 판가름이 난다. 기사에 소개된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우선 네이버에서는 브랜딩 강화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브랜드 진단을 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AI 기획전 솔루션'을 통해 네이버의 데이터 및 기술을 기반으로 AI가 자동으로 기획전 주제와 제목, 상품 등을 선정하고, 기획전이 끝나면 프로모션 성과 및 데이터 분석까지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아가 스마트스토어나 블로그를 통한 리뷰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브랜드 평판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 분석이나 고객 반응 예측 툴로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처럼 네이버에서는 자신들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타 솔루션 업체에 비해 더 품질이 좋고 자사만이 갖출 수 있는 부가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서 강점을 가진다.
네이버만의 생태계 조성
네이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여러 업체와 협력하고, 네이버페이 등 자사가 가진 서비스들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CJ대한통운 및 이마트·신세계와의 지분교환을 통해 물류 솔루션 갖춰 온디맨드 물류를 실현하고, 쇼핑라이브와 정기구독과 같은 마케팅 솔루션까지 함께 제공해 차별화를 이룬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연내 6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 멤버십 생태계 확대를 통해 판매자와 이용자, 파트너 모두가 지속가능한 성장에 집중한다. 실제로 네이버는 2020년 2월 브랜드스토어를 내며 연말 기준으로 거래액이 초기 대비 27배 증가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https://zdnet.co.kr/view/?no=20210405110138
쇼핑몰 솔루션을 판매하는 업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도 많이 성행했다. 대표적으로 카페24, 고도몰, 메이크샵이 있으며 최근에는 인플루언서와 아티스트를 주요 타겟으로 한 마플샵과 아임웹 등도 자리잡고 있다. 또한 지난해 쇼피파이도 한국으로 직접 진출하여 해외시장의 발판이 필요한 판매자들을 유입하고 있다. 이렇게 쇼핑몰 솔루션 업체 간에도 치열한 경쟁이 있는 와중에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를 오픈마켓에서 쇼핑몰솔루션 위주로 사업모델을 변경한다면 경쟁구도에 변동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서 예측을 해보자면 '중대형 쇼핑몰','크로스보더'를 키워드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쇼핑몰 솔루션 업체는 기본적으로 판매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 모델이다. 이전에는 중소판매자들의 성장을 지원해 지그재그, 마켓컬리 등과 같은 쇼핑몰 성장에서 수익을 얻었다면, 이후에는 기존 중대형 쇼핑몰들의 솔루션 이전과 자사몰 구축을 유도할 것이다. 실제로 NHN커머스에서는 중대형 온라인쇼핑몰 대상으로 샵바이 프리미엄을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국내 판매자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구축하는 네이버와 달리, 해외시장을 노리는 것 또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NHN커머스에서는 작년 샵바이 재팬을 런칭하여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였고, 카페24는 동남아시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와 협업해 국내 판매자들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쇼핑과의 연동은 필수이기 때문에 기존 솔루션 업체들은 네이버와의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다른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27094
http://www.data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076
앞서 말했듯이 네이버는 중소판매자를 육성하여 독자적인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반면 쿠팡은 아마존처럼 소비자들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 예로 아마존의 ‘바이 박스’를 벤치마킹한 쿠팡의 ‘아이템 위너’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는 최저가를 제시한 판매자가 같은 상품 판매자의 상품 설명이나 리뷰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판매자 간 혹독한 경쟁을 유도한다. 그렇다면 이 경쟁구도에서 네이버가 중소상인을 위해 쇼피파이 사업모델을 표방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판매자 입장에서는 개인 브랜드를 창출함으로써 과도한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다음으로 쇼핑몰 구축부터 고객 관리, 정산 및 데이터 분석까지 전방위적 툴을 제공해주기에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네이버에서 쇼핑몰을 구축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네이버에서는 쿠팡에서 이탈한 판매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편입시키고자 더욱 노력할 것이다. 소비자가 많은 곳에 판매자가 몰리기 마련이지만, 좋은 물건이 많은 곳에 소비자가 몰리는 것 또한 분명하다. 10년 뒤 어느 플랫폼이 더 활성화될 지 예측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413/106391798/1
이러한 네이버의 사업방향이 잘 보이는 기사 한 가지를 더 소개하고 마치고자 한다.
쿠팡에 대항하기 위한 네이버와 이마트의 서로 다른 전략을 비교한 점이 흥미로운데, 네이버는 판매대금의 100%를 배송완료 하루 만에 정산해주는 '빠른 정산'서비스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중소상공인(SME)이 자금회전을 빠르게 해주는 서비스로, 쿠팡의 늑장정산에 대한 불만을 품은 판매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짚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마트는 '최저가 보상제'를 통해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이마트앱 쇼핑 포인트인 ‘e 머니’로 적립해주는 정책을 다시 도입했다. 이러한 경쟁업체들의 대응에 쿠팡이 또 어떤 변화를 꾀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