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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자유 Jul 27. 2023

엘리멘탈 두 번 본 후기

두 번 다 울고 왔다....


"도대체 어느 장면에서 울어야 하는 거야?"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에 남편이 물었다. 그렇다. 나는 엘리멘탈을 보며 몇 번이나 울었던 것이다.


"음..."


내가 대답이 없자 남편은 아빠와 화해하는 장면이냐고 물었다. 그 장면도 좋긴 했지만 거기서 울진 않았다. 진짜 뭐 때문에 울었던 거지? 분명 감동적인 포인트가 있었는데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의 날, 혼자 엘리멘탈을 보러 갔다. 정확히 무엇이 나에게 와닿았는지 궁금했다. 물론 영상미가 좋아서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또 같은 장면을 보며 울었다. 어떤 장면이 와닿았는지 조금 더 선명해졌다. 나에게 인상 깊었던 장면을 정리해보려 한다.


* 스포 있음 주의!!!!





1. 웨이드의 재능, 공감.


영화의 처음부터 엠버가 되새기던 말이 있다.


"Take a breath, and make connection."


아빠의 가게를 물려받을 엠버가 준비되지 않았던 한 가지, 바로 손님들과 연결되는 것(공감)이었다. 그래서 저 말을 계속 되새기지만, 화가 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엠버는 그러던 와중 웨이드를 만나게 되고, 에어볼 경기장에서 웨이드가 관중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걸 목격한다. 그리고 웨이드에게 묻는다.


"어떻게 한 거야?"

"뭐 말이야?"

"그거, 사람들을 connect 시켰잖아."


엠버가 못하는 공감을 웨이드는 잘했다. 이 장면에서부터 왠지 울컥했다. 나의 첫 번째 강점이 바로 공감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공감이라는 강점을 처음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무슨 강점이야'였다. 공감이 어디에 쓸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장면을 통해 엠버에게 내 공감 능력을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공감이라는 능력이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엠버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해 주는 장면


이렇게 공감능력이 부족한(?) 엠버도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유리 공예 능력이다. 하지만 엠버는 이것을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재능을 쓸데없다고 생각하던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웨이드는 그런 엠버의 재능을 발견해 준다.


첫 발견은 우연히 엠버가 유리꽃을 만들었을 때였다. 웨이드는 엠버가 별생각 없이 만들어 모래사장에 버리고 간 유리꽃을 특별하다 말해주고 소중히 챙겼다. 유리꽃을 만든 엠버를 바라보는 웨이드의 눈빛. 그것만으로도 나를 울게 만들기 충분했다. 내가 깨닫지 못하는 나의 재능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라니. 너무 감동이다.


두 번째 발견은 웨이드의 가족을 만났을 때였다. 누군가 물병을 깨트리자 엠버는 그 유리 조각을 모아 더 멋진 모양의 물병을 만들었다.


여기서 킬링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물병을 만들 때 엠버의 몰입과 즐거워 보이는 표정. 엠버는 가게에서도 아이들에게 사탕을 만들어줄 때, 깨진 유리를 다시 만들 때 제일 행복해 보였다. 그만큼 유리공예를 좋아한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두 번째 킬링 포인트는 그 모습을 본 웨이드 가족들의 반응. 엠버의 재능을 가볍게 넘어가지 않고 대단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그것을 통해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지(신도시의 유리로 만든 건물들)를 구체화해 주었다.



사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제 3자의 눈을 통해 보면 쉽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신나고, 행복한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그것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못할 때도 많다. 나는 이렇게 몰랐던 서로의 특별함을 발견해 주는 엠버와 웨이드의 관계에서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 추가로, 엠버가 가게를 물려받는 건 자신이 원하던 일이 아니고, 자신은 파이어시티에 갇혔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났다. 나도 겪었던 과정이기 때문이다. 웨이드가 보기엔 참 이상한 말이었을 것이다. 나 스스로 내가 만든 감옥에 나를 가두고, 거기서 나올 수 없다고 믿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챈 순간부터가 시작이다. 알아챘다면, 나올 수 있다. 엠버가 그것을 깨닫는 장면이 공감이 돼서 눈물이 났다.








나에게 인상 깊었다는 말은 내가 그만큼 관심 있어한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진로에 관심이 많고, 나에게 별것 아닌 것 같았던 나의 재능을 발견할 때 큰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엠버와 웨이드의 진로 탐색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들은 모두 다른 포인트에서 감동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은 엘리멘탈의 어떤 포인트가 좋았는지 궁금해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는,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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