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
오랜만에 소설 수업에 다녀왔다. 책을 낸 지 3개월 만이었다.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 교실에 도착했다. 뒷문이 열려 있어 슬그머니 들어가자 선생님이 날 발견하시곤 웃으셨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제자도 반가워해 주시다니. 왠지 안심이 되었다. 나는 맨 뒤에 빈자리에 앉았다. 생각보다 수강생들이 많아 교실이 북적북적했다. 교실은 여전히 소설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가서 책을 드렸다. 다행히 선생님은 기쁘게 책을 받아주셨다. 어느 출판사에서 냈냐고 물으셔서 혼자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요즘에는 뭘 하고 있냐 물으셔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답했다. 언젠가 다시 소설을 쓰고 싶어지면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수업이 끝난 후 동료들과 같이 점심도 먹고, 합평 스터디를 하러 카페에 가곤 했는데... 요즘에도 수업이 끝나면 같이 밥을 먹는다고 했다. 오랜만에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10명 가까운 인원이 자주 가던 익숙한 식당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분도 몇 분 계셨지만 아는 분이 더 많았다. 몇 년 간 계속 수업에 나오고 작품을 쓰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내 책에 대한 이야기, 근황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는 바로 옆의 카페로 향했다.
작년에 같이 공부했던 분들에게도 내 책을 나눠드렸다. 다섯 권을 가져갔는데 생각보다 아는 분이 많이 남아계셔서 책이 부족했다. 다음에 또 와서 책을 드리기로 약속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소설 수업에 나오시는 분들은 나이대가 다양하다. 2-30대도 있고, 6-70대도 있다. 하지만 제일 많은 건 5-60대다. 생각해 보면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의 사람들은 모두 활자를 읽었다. 신문이 콘텐츠를 접하는 주요 수단이고, 책과 소설이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각본이 탄탄한 드라마들도 너무나 많다. 시각적으로 더 쉽게 다가오는 웹툰, 영상 콘텐츠들이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들 사이에서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어렸을 때 도서관과 가까운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소설보다는 웹툰을 더 좋아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만큼 소설을 써서 먹고산다는 건 갈수록 어려운 일이 돼 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니. 참 귀하다.
카페에서 두 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다. 비록 예전처럼 합평 스터디를 하는 건 아니지만, 소설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두 시간을 떠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사람들은 모두 소설에 진심이었다. 아주 옛날의 소설가들부터 최근 등단한 소설가들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 또 소설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었다.
예전에 느꼈던 이질감을 다시 느꼈다. 나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분야가 소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로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었다. 소설 수업에 와서 깨달은 것은, 나는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소설을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다시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저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내 이야기를 위해 소설이라는 형식을 차용했던 것뿐이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그들은 그들대로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등단을 하고, 소설가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대로 그림을 그리고, 내 이야기를 전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