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빙
하루 종일 유리장에 전시되어 있는 기분은 어떨까?
얼마 전에 친구가 죽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렇게 친한 관계는 아니라서, 그냥 서로 인스타 맞팔 정도 되어 있는 사이.
이 아이가 무얼 하고 살아가는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거의 15년간 sns를 통해서만 알고 지내왔다.
그냥 뭐 어느 대학 갔구나 여자 친구가 생겼구나 어디 취업했구나
이런 정도의 정보만 피드의 사진들을 통해 알고 지냈다.
고딩 친구들 단톡방에서 친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건너 듣고 그 아이 인스타에 들어가 보았다.
자세히 사진을 한 장씩 보니 나름 자랑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왜 죽었을까.
고작 한 끼 식사에도 애정을 기울여 사진을 찍어 올려두고는 왜 그랬을까??
유리장 속의 음식들은 식지도 않고 여전히 먹음직스럽게 잘 살아있는데
육체는 사진보다 빨리 식는구나. 뻔~한 사실이지만 사진 한 장 한 장 보다 보니
이 사실이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이제 친구는 하루 종일 네모난 유리장에 전시된 채 살아가고 있다.
뭐 언제든지 누구든지 보고 싶으면 그리로 가서 보면 된다. 비공개 계정도 아니더라고.
사실 그런 점에서 친구는 나에게 아직 살아있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어차피 실제로 만나던 친구도 아니고.. 인스타 계정만 살아있으면 내게는 큰 차이가 없는 거다.
그냥 얘가 요즘은 업뎃을 안 하네.. 정도 생각하다가 그냥 잊어버리겠지.
그런데 어제 갑자기 죽은 친구의 인스타그램이 사라졌다.
그제야 나는 정말 한 사람을 잃은 기분을 느꼈다.
죽었다는 사실이 어린 충치만큼 아린 기분이었다면
계정이 사라져 버린 건 발치마냥 진짜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도대체 난 뭘 씹어먹고살고 있는 거지.
너희들을 못 본 지 너무 오래되었구나. 도대체 난 무얼 바라보며 살고 있는 걸까.
폰만 잡으면 매일 익숙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는데 온도 있는 사람의 얼굴은 왜 이리도 멀까.
하루 종일 유리장에 전시되어 있는 기분은 어떨까?
내 친구는 죽어서야 겨우 유리장을 깨고 나왔다.
고생했어, 잘 쉬어.
그리고 난 이거 인스타에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