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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Nov 11. 2024

無色: 무색하다

이제 곧 나뭇잎이 전부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한 것이 무색하게 오후 금빛 햇살을 받은 나무들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에게 보란 듯이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은 바람에 나뭇잎을 실어 보내고 있었다. 가지 위에 달린 잎들이 떨어지기 직전에 물이 든 터라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이 앞선다.


다시 진료실로 돌아와 오후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무색하다'라는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무색(無色) 말 그대로 색이 없다, 깨끗하다, 맑고 투명하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개성이 없다, 평범하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도 '무색하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오늘 내가 느꼈던 것처럼.


형용사로 쓰이면 오늘 본 단풍처럼 뜻이 깊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이뤄낸 성과, 그들이 전한 이야기, 그들이 남긴 따뜻한 발자취는 많은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고 나 또한 그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러나 이젠 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성과 열정으로 앞서 걸어가다 보면 뒤따라오는 이들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함께 의료 봉사를 하며 베푸는 삶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진료를 보러 어머님들이 들어온다.

우리네 어머님들의 그 아름다운 미소가 변하지 않는 걸 보니 세월이 무색하다.

앞으로도 변치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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