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볼 때면 언제나 시간 조율의 연속이었다.
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오래 듣는 편이라
자연스레 진료 시간이 길어지곤 한다.
멀리서 오는 분들이 아쉬움 없이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 하나로 매일 진료를 봤다.
그러던 어느 날, 젊었을 때부터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이룰 기회가 생겼다.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사시는 시골 마을에 가서
살펴드리는 봉사활동이었다.
병원에서 하듯이 아픈 곳을 듣고, 필요한 설명을 해드리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약속의 날이 다가오자, 부담감이 날로 커져만 갔다.
"내가 도움이 안 되면 어쩌지?"
시간은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빠르게 흘러갔다.
<마냥이쁜우리맘>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르신들에게 병보다 삶이 먼저 보였다.
어머님은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주셨다.
통증보다 외로움의 무게가 더 크다는 현실을 보여주듯
어머님은 혼자 계실 때보다 내가 왔을 때 더 힘이 솟는다고 말씀하셨다.
낯설었을 나를 마치 아들처럼 대해주신 어머님들께 감사하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낸 시간들이
지금도 어김없이 생각난다.
그 마을의 느린 시간, 잔잔한 풍경과 소리, 그리고 깊은 주름 속
환히 번지던 미소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