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사무실 구석에 앉아 집 말고 사무실로 전화해달라고 투덜대던 소심한 찌질이는 호텔 로비 한복판에서 당당히 키스하는 남자로 변한다. 그 남자의 파란색 넥타이는 점점 여자가 입은 붉은 원피스색으로 물든다. 사랑은 그런 것. 별안간 도로에 떨어진 풍금처럼 불쑥 들이닥쳐선 알 수 없는 힘을 불어넣는 것. 남자는 그 힘으로 거짓을 고백하고, 삶의 부조리에 맞선다. 그 후, 남자는 연주법을 몰라 그저 보관만 하던 풍금을 연주해보기 시작한다, 마침내 찾아온 달콤한 사랑을 맛보듯 조심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