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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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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 Nov 01. 2023

잔디밭 위 나무 한 그루

현실엔 없지만, 가고 싶은 환상


지평선까지 부드러운 녹색으로 뒤덮은 잔디

푸릇하고 향긋한 풀내음

따스한 햇볕을 달래주는 선선한 바람


햇볕의 나른함을 만끽하다

거대한 나무 그늘 안으로 더위를 식히기


그늘 아래 금세 열이 식고

산뜻하고 부드러운 잔디 위로 누우면

강렬한 풀냄새에 깊은숨을 내쉴 수 있다.


살랑이는 바람이 시원함을 몰고 와

간지러이 내 얼굴의 열을 식힌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세우니

그늘 아래서 내려다보는

광활한 잔디밭


흔들리는 바람에

같이 몸을 맡기는 잔디들

풀내음들

흐트러지는 잔디들의 박수소리

나의 머리칼


저 끝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달려오는




어렸을 적부터 상상 속에 존재하던 장면이다. 나는 이 상상이 드라마나 영화 같은 미디어에서 나왔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뒷산에 저런 곳이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와 삼촌들과 함께 날 좋은 날에도, 눈 오는 날에도 자주 놀았던 곳이라고 한다. 이제는 건물이 들어선 곳이지만 말이다.


상상 속에서 아름다운 장면인 것을 안다.

실제로 갔다면 저 나무까지 걸어가는 길이 덥고 힘들겠지, 잔디에 눕는다면 진드기를 걱정하겠지, 옷에 물들 진딧물을 걱정하겠지.


저런 곳을 좋아하는 마음 맞는 친구도, 애인도,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환상 속의 곳은 너무나도 많다. 환상을 가지고 실제로 가더라도 그만큼 행복하지 않을 걸 안다. 그래서 내 글 속에서라도 환상을 간직해보고 싶어 써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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