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그릇

노력조차 버려지고 나서야 얻은 것들

by 루아


나도 멀쩡하고 싶었어.

누가 좋아하겠어, 틈을.

그 틈은 내 존재의 이유를 없애버리고 나를 외면받게 하는 걸?


솔직히 말하면 나의 모든 노력은 되돌아가기 위한 것들이었어.

깨진 틈을 부여잡고, 주변 살점을 떼어서라도 메우고, 아무 틈도 없는 마냥 모든 것을 담아내고.

어쩌겠어, 깨진 게 들통나지 않으려면 더 붙들어야지.


한동안은 괜찮았어.

잠시 머물렀다 떠날 뭉툭한 것들을 대충 담을 땐 괜찮았어.


문제는 스며드는 것들.

그것들이 나에게 담길 땐,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라.

틈으로 스며들어 꼭 흘러내리라고.

내가 온전히 담을 수가 었어.

그렇게 결국 들통이 났어.


참 그런 것들은 짜증 나.

깔끔하지 않고 들러붙는 것들 있잖아.

쥐어지지 않고 흐르는 것들.

꼭 흔적을 남기는 것들.


떠난 액체들은 뭉툭한 것들처럼 떠날 때도 깔끔하지가 않아.

이미 스며들어서, 특히 그 틈에 덕지덕지 스며들어

나조차 떼어낼 수가 없어.

틈에 바짝 배어들고 옭아매어 그저 더 굳건한 아픔이 될 뿐이야.

틈을 메꾸려는 나의 노력을 조차 가져가놓고

지들은 아픔만 남겨놓더라.


좀 억울하기도 했어.

틈을 들키고 나서야 나에게 돌아오는 말들이 말이야.

깨진 것에 더해 그 틈을 부여잡던 내 노력까지 문제였다고 말하는 거야.

난 그들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더 멀쩡한 척, 틈이라곤 없는 척 노력한 건데 그 노력조차 기만이었다 이거지.

결국 애초에 깨져놓고 왜 멀쩡한 그릇인 척하냐 이거였어.


근데 더 놀라운 건 뭔지 알아?

그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이 드는 거야.

멀쩡한 척하지 말걸, 그건 남들을 속이는 건데.

아니 틈을 어떻게든 메울걸.

아니 애초에 깨지지 말걸.

아니 깨질 일을 하지 말걸.

아니 애초에 헛된 꿈 좀 꾸지 말걸.


근데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다시 돌아갈 순 없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고.

그보다 더 먼저, 나는 그 꿈을 꿀 때 행복했어. 반짝였다고.


그러다 깨달았어.

어차피 유리로 태어난 거, 이렇게만 살 수는 없다고.

그릇으로 태어났지만 그보다 전에 나는 유리였단 걸 이제야 알아차린 거지.

그래서 난 이제 그 틈을 놓아보려고.

남을 위해 무언가를 담는 그릇이 아닌, 그냥 깨진 유리로 살아보려고.

틈만 보던 눈을 이젠 먼지 쌓인 내 안으로 돌려보고 틈을 부여잡던 손으로 외면을 닦아보려고.


깨진 유리들이 더 자주 반짝이잖니.

나도 이제 자주 반짝이고, 자주 웃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