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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ch Feb 13. 2019

2018년 국내 비엔날레 디렉토리

아트인컬처 2018년 9월호 'Special Feature' ❷

슈 리 칭, 알라 유니스, 안정주, 첸 웨이(왼쪽 페이지 위부터 반시계 방향)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광주비엔날레

❶ 제12회 9. 7~11. 11 ❷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외 광주광역시 일원

❸ 클라라 킴, 그리티야 가위웡, 크리스틴 Y. 김, 리타 곤잘레스, 데이비드 테, 정연심, 이완 쿤, 김만석, 김성우, 백종옥, 문범강 ❹ 상상된 경계들 ❺ 40개국 153명(팀) ❻ gwangjubiennale.org


상상된 경계들 2018광주비엔날레 주제 ‘상상된 경계들’은 베네딕트 앤더슨이 민족주의를 주제로 집필한 저서 《상상의 공동체》에서 차용했다. 세계화 이후 민족적, 지정학적 경계가 재편되고 있는 오늘날, 정치 경제 감정 세대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계’를 다각적으로 조망한다. 대주제 아래 펼쳐지는 7개의 섹션별 전시로 전쟁 인권 난민 등의 문제를 시각화한다. 나아가 현재까지 잔존하는 냉전의 잔상과 21세기 포스트 인터넷 시대에 발생한 새로운 격차와 소외를 고찰한다.

다수 큐레이터제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총 11명의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이끈다. 그 주역은 클라라 킴, 그리티야 가위웡, 크리스틴 Y. 김, 리타 곤잘레스, 데이비드 테, 정연심, 이완 쿤, 김만석, 김성우, 백종옥, 문범강. 최근 국제적 비엔날레에서 유행하는 다수 큐레이터제를 도입하면서 1명의 디렉터 주도하에 구현되는 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수 기획자의 협업을 통해 입체적인 시각과 다양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임명 이후 여러 차례 리서치와 협의를 거쳐 모더니즘 건축, 국경과 이주, 포스트 인터넷 아트, 인류세, 광주비엔날레 역사,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 북한 미술을 소주제로 선정했다.

아시아 작가 최대 참여 40개국 153명의 참여작가 중 아시아 작가는 67%를 차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럽 중심 담론에서 탈피해 경계 지대의 이슈를 생산하고, 아시아 성을 탐구하려는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이념을 반영한 것. 이에 따라 남미와 중동 등 제3세계권 작가와 디아스포라 이력을 지닌 작가의 참여도 확대됐다. 한국 작가 또한 총 43명으로 역대 가장 많이 참여한다. 이 중에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진작가는 물론 최근 두각을 드러내는 젊은 작가, 광주 및 전남 출신 작가도 다수 포진돼 있다.

세계 최초 북한 미술전 북한 미술 권위자로서 2011~16년간 총 9번 평양을 방문한 문범강 큐레이터의 북한 미술 섹션은 기획부터 화제를 모았다. 평양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폭 4~5m의 대형 집체화 대부분은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것이며 집체화가 주를 이루는 북한 미술 전시는 세계 최초다. 분단이라는 정치적 경계를 미술로 재고하고, 사회주의 미술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북한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인민예술가 최창호를 포함한 북한 작가 31명의 작품과 북경 만수대창작사미술관 소장품에서 선별한 조선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광주 정신’의 모뉴먼트 1995년 창설 이래 광주비엔날레는 민주 인권 평화를 지향하는 광주의 지역성을 반영해왔다. 올해는 주제전과 함께 광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비적 신작 프로젝트 <GB커미션>을 새롭게 추진한다.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 카데르 아티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이 참여해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보존한 장소에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장소특정적 설치작품을 제작한다. 더불어 해외 유수 미술기관을 초대해 광주의 상징적인 장소에 연계 전시를 개최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의 문화예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이우성, 니나 샤넬 애브니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좌), 서민정, 헨리케 나우만, 임민욱 부산비엔날레 출품작(우)


부산비엔날레

❶ 제11회 9. 8~11. 11 ❷ 부산현대미술관,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❸ 크리스티나 리쿠페로, 외르그 하이저 ❹ 비록 떨어져 있어도 ❺ 34개국 65명(팀) ❻ busanbiennale.org


비록 떨어져 있어도 2018부산비엔날레는 주제 ‘비록 떨어져 있어도’를 통해 공동체의 물리적, 심리적 ‘분리’에 집중한다. 전 세계에 걸쳐 산재된 영토의 분리가 개인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유발하는지, 또는 심리적 분리가 어떻게 물리적 분리와 갈등을 초래하는지 고찰한다. 탈냉전 시대에 진입한 지 오래 지났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균열과 대립이 팽배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에 전시는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외면하고 싶은 아픔에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콜로키움, 비엔날레의 안과 밖 부산비엔날레 개막 전후의 학술행사는 비엔날레의 사회적 역할과 방향성을 재고할 기회를 마련한다. 먼저 지난 6월 23일에는 ‘모순들과 함께 살기’를 주제로 부산 중구 내서재에서 콜로키움이 열렸다. 5명의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가 모여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는 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비엔날레를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개막 이후에는 주제와 연관된 학술 컨퍼런스, 아티스트 토크, 라운드테이블, 시네마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며 자세한 정보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천민정, 마우리시오 지아스 & 발터 리드베그, 밍웡, 라스 폰 트리에, 라민 & 로크니 헤라지디 & 헤삼 라흐마니안, 더프로펠라 그룹, 최선아(왼쪽 페이지 위부터 시계방향) 출품작


개혁을 이끈 양두마차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전시감독을 공개 모집하고 국적에 관계없이 새로운 담론을 제시해줄 기획자를 물색했다. 그동안의 부산비엔날레가 주로 현대미술의 대중화에 초점을 두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주제에 접근했다면, 올해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이슈를 시의성 있게 다루면서 개혁을 단행하고자 했다. 그 결과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와 외르그 하이저가 각각 전시감독, 큐레이터로 선정되어 지난 2월 부산에 방문하며 비엔날레 청사진을 그려왔다.

응집된 스펙트럼 올해 참여작 가는 총 34개국 65명(팀)으로 예년보다 다소 감소했다. 최근 국제 비엔날레가 참여작가를 대폭 줄이면서 규모의 외형적 확장을 지양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무조건적인 몸집 부풀리기보다는 응집도를 높여 명확한 주제를 제시하려는 목적. 작가 수는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국가 수를 늘려 ‘분리’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국 작가는 박경근 임민욱 최윤 등 총 11명으로 대부분 주제와 연관된 신작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두 개의 장소, 세 개의 시간대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최초로 주요 거점을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으로 옮긴다. 역대 부산비엔날레는 해운대의 부산시립미술관을 일정 기간 대관하는 형태로 활용해왔지만, 지난 6월 부산현대미술관이 비엔날레 전용관으로 개관하면서 부산비엔날레의 ‘서(西) 부산시대’가 열렸다. 또한 남포동의 구 한국은행도 개최지로 새로 선정됐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전형적 냉전기의 고찰’로 명명되는 과거와 ‘유동적 경량의 시대와 냉전 풍조로의 회귀’를 대변하는 현재, 한국은행에서는 ‘공상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한 투사와 예견’을 콘셉트로 미래의 시간대를 투영한다.


필립 비즐리, 최우람, 아트 오리엔테 오브제, 이병찬(왼쪽 페이지 위부터 반시계 방향) 대전비엔날레 출품작


대전비엔날레

❶ 제4회 7. 11~10. 21 ❷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 DMA아트센터, KAIST비전관 외 대전 일원

❸ 이상봉 ❹ 바이오 ❺ 35명(팀) ❻ dmma.daejeon.go.kr


예술과 과학의 랑데부 2012년부터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을 실천해온 ‘프로젝트대전’의 정신을 계승해 ‘대전비엔날레’로 쇄신했다. 첫 행사는 생명과학 로봇기술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의 주요 의제 ‘바이오’를 주제로 삼았다. 이는 생명, 생물을 뜻하며 생명공학이나 건강 관련 단어 앞에 붙는 접두어. 생명공학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실험적 작품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기술의 발달과정에서 야기되는 인간의 정체성, 생명윤리 등의 담론을 미학적, 사회적 맥락에서 다각도로 살핀다.

바이오예술 해부학 행사는 크게 본전시와 부대전시 4개, 총 5개 전시를 선보인다. 본전시 <바이오>는 생명이라는 추상적 개념과 생명공학기술을 주제 및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구성됐다. 부대전시 <바이오 판타지>는 생물학적 혼종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해당 주제에 대한 어린이들의 이해를 넓히고자 한다. <바이오 에티카>는 생명공학기술 발전 과정에서 파생된 철학적, 사회학적 의제를 고찰하는 한편, <아티스트 프로젝트>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창의성에 주목한다. <아트 인 사이언스>는 과거 전시를 훑는 아카이브전이다.

과학자도 예술가로 본전시에는 10개국에서 모인 23명(팀)의 48점 내외가 출품됐다. 참여작가 구성은 미국(3) 캐나다(1) 멕시코(1) 등으로 북미 작가가 최다인 반면, 한국(2) 대만(1) 아시아 작가는 상대적으로 소수다. 한편 3개의 부대전시는 모두 국내 작가 3~4명(팀)을 소개한다. 과학자의 적극적인 참여도 두드러진다. 작업 주제나 작업을 위한 실험 설계 자문(<아티스트 프로젝트> 노상희 작가-김대수 교수)에서 나아가 작가로 참가하기도(<바이오 에티카> 바이오 Lab팀) 했다. 전문가 견해를 바탕으로 한 완성도 있는 작업을 기대해볼 수 있다.

소재로, 매체로, 태도로 출품작 전반에 걸쳐 생명, 생물 그리고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드러난다. 생명공학을 소재로 하되 영상, 사진 등 전통적 시각예술 매체를 사용하거나, 세포배양 DNA 분석기 로봇공학 인공지능 등 관련 기술을 작업 매체로 소화한 작품을 소개한다. 또 생물 중에서도 인간의 신체적 반응과 생물이 사는 주변 환경으로 관심사를 특화한 작업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작가가 생물 창조자의 입장에서 만들어낸 유기체 형상의 대형 설치작업도 눈에 띈다.

과학 인프라 적극 활용 행사는 대전시립미술관이 주최하며 이상봉 관장의 감독하에 학예팀이 기획해 미술관을 주 무대로 삼는다. 미술관 부속 창작센터와 DMA아트센터(<바이오 판타지>전)를 포함한 도시 내 다른 전시공간도 다수 참여했다. 특기할 점은 과학도시 대전의 특성을 살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여러 연구소와 직접적인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점. KAIST와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공동 기획했으며, 이외 한국화학연구원 SPACE C#, 기초과학연구원 과학문화센터에서도 부대전시를 개최한다.


김형중, 에기 헤인즈, 피냐 욜다스, 스텔락(위부터 시계방향) 대전비엔날레 출품작(좌), 정황래 전남수묵비엔날레 출품작(우)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❶ 제1회 9. 1~10. 31 ❷ (목포) 목포문화예술회관,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 목포연안여객선 터미널갤러리, (진도) 운림산방, 남도전통미술관, 금봉미술관 ❸ 김상철

❹ 오늘의 수묵-어제에 묻고 내일에 답하다 ❺ 15개국 250명 ❻ sumukbiennale.org


국내 유일 수묵화 비엔날레 수묵화의 고장 전라남도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전통회화 특화 비엔날레가 첫 회를 개최한다. ‘오늘의 수묵-어제에 묻고 내일에 답하다’를 주제로 야심차게 출발한다. 전라남도는 한국 남종화의 화맥이 시작된 곳이자 공재 윤두서, 소치 허련, 남농 허건 등 수묵화의 대가들이 거쳐 간 고장이다. 수묵화 종주지로서 장르의 전통을 보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예술 장르와 매체가 무궁히 다변화된 오늘날 수묵화의 정의를 재고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비엔날레를 기획했다.

수묵의 향방 모색 메인 전시는 크게 수묵 매체의 다양화 경향을 살피는 <현대수묵의 재창조>(1~3관)와 전통 산수화의 주제 표현방식 해석 방향에 중점을 둔 <전통수묵의 재발견>(4~6관) 2개 장으로 구성됐다. 이는 다시 6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목포, 진도의 6개 관에서 전시된다. 목포권 1관 ‘수묵의 경계’는 필묵부터 미디어아트까지 동시대 수묵의 매체와 세계 각국의 수묵화를 소개하며, 2관 ‘수묵의 숲’은 대형작품을 위주로, 3관 ‘종가의 향기’는 전남의 종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진도권 4관 ‘요산요수’는 산수화 전통을 재해석해 표현기법을 달리한 작품, 5관 ‘산산수수’는 전통 산수화에 충실한 작품, 6관 ‘산수(山水)-현실에서 찾은 이상향’은 전통 산수에서 실경산수로의 변화과정을 조명한다.


김선두, 이이남, 리쳉밍, 정종해(왼쪽 페이지부터 시계방향)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출품작


수묵의 국제화 한·중·일 아시아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서구권 작가까지 15개국 출신 250명의 ‘수묵화’를 선보인다. 목포 전시에는 김선형 박순철 조순호 등 국내 작가 115명, 해외작가 42명이 출품했다. 진도 전시에는 박충호 정황래 류회민 등 국내 작가 85명, 3관에서 열리는 한중 합동전에 참여한 중국 작가 8명이 참여했다. 대표 해외작가로는 수묵으로 일러스트를 그리는 중국 작가 리우칭어, 국내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적이 있는 미국 작가 아비가일 스턴(관훈갤러리 2011)과 일본 작가 아라이 케이(갤러리담 2017)가 있다.

9인 분업체계 비엔날레 기획은 1인 총감독, 다수 큐레이터 체제를 따랐다. 작가이자 동덕여대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지도하는 김상철 교수가 총감독으로 위촉됐다. 총감독의 지휘 아래 프로젝트 별로 8명의 큐레이터가 전시 또는 부대행사를 기획했다. 목포권 전시는 박영택 경기대 교수, 제3관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이승미 행촌미술관장, 진도 운림산방권은 정명돈 한국예총 자문위원, 옥산미술관 전시는 박주생 진도현대미술관장이 맡았다. 부대행사는 장유호 한국미술협회 정책위원장과 화가 박수경 조진희 이준철이 협력한다.

상생을 위한 도시 연계 비엔날레 주 전시장은 목포에 3곳, 진도에 3곳이 위치해 있다. 목포의 목포문화예술회관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갤러리, 진도의 남도전통미술관 금봉미술관 옥산미술관이 순서대로 1~6관으로 지정됐다. 주 전시장으로 참여한 곳 외에도 소치 허련의 화실인 진도 운림산방, 목포 신자유시장 등 곳곳에서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객의 편의를 위해 목포-진도 간, 또 광주비엔날레와의 연계해 광주-목포 간 셔틀버스를 매일 운행한다.


홍지희, 팀 노리스, 아르비다스 알리상카, 위스누 야지타마, 프레드 마틴(왼쪽 페이지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출품작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❶ 제8회 8. 28~11. 30 ❷ 연미산자연미술공원, 금강자연미술센터, 금강쌍신공원, 공주시 일원

❸ 이스트반 에러스 ❹ 자연-사적공간-셸터 ❺ 39개국 107명(팀) ❻ natureartbiennale.org


숲 속의 은신처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행사명이 명시하듯 ‘자연미술’이라는 장르에 특성화됐다. 올해는 ‘자연-사적공간-셸터’를 주제로 미술과 건축 두 분야를 접목시켜 자연환경 안에 사적공간을 창조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정서적 측면을 살핀다. 본전시 <숲 속의 은신처> 출품작은 대부분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지은 3차원 공간. 작품 내부로 들어가 재료의 물성과 공간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를 체감하는 한편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며 공간과 관계를 맺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안정감을 얻고 사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작가 주도의 비엔날레 관 주도로 조직되는 여타 비엔날레와 달리 이 행사는 한국자연미술가협회 야투가 주관한다는 점에서 자생적 행사에 가깝다. 야투는 1981년 충남 공주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돼 창립한 단체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도모하며 자연을 작업의 주 구성 요소로 삼는 자연미술을 주창했다. 이번 전시 총감독은 헝가리 출신 작가이자 기획자, 자연미술 연구가인 이스트반 에러스. 헝가리 에스테르하지카로이대학 자연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6년 본 비엔날레 큐레이터이자 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다수의 작가, 풍부한 볼거리 본전시에는 16개국에서 모인 25명(팀)의 작가가 초청됐다. 김도현 박봉기 배수영 등 한국 작가가 8인으로 가장 많고,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출신 작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별전 <사이언스월든-자본>은 이탈리아 작가 스테파노 데보티의 설치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한편, 바람을 소재로 한 영상전 <바람>은 국제공모를 통해 엄선한 22개국 75명(팀)의 작품 98편을 선보인다. 이외 다수의 부대전시에 전 세계에서 모인 300명(팀)이 참여. 올해 새 출품작 수만 무려 400점을 훌쩍 넘는 대규모 전시다.

산에서 강에서 만나는 예술 주요 행사 개최 장소는 금강 북부에 위치한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본전시와 특별전 출품작 전부가 공원 내 곳곳에 설치된다. <영상>전은 주 전시장, 공주대 도서관 및 구도심 내 상가에서 상영된다. 부대전시와 행사는 공주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공주시립도서관과 금강쌍신공원, 정안천생태공원 등지에서는 역대 출품작 사진 영상 카탈로그 등 아카이브와 상설전시작을 만나볼 수 있다. 야투가 운영하는 금강자연미술센터는 <자연미술큐브전>과 시민강좌, 어린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장 완성형 작업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본전시 출품작이 현장에서 직접 제작, 완성된다는 점. 개최 전 한 달여간 참여작가들은 연미산공원에 모여 작업하며, 현장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구상해온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수정, 보완해간다. 진정한 의미의 장소특정적 작품인 셈. 또 숙식을 함께하며 작가들끼리 작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 작가들에게는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설치된 작업은 대부분 행사 후에도 보존되기 때문에 상시 공원을 방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품이 변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폴 샬레프, 빔 델보예, 손정희, 강애란, 하태범(왼쪽 페이지 위부터 반시계 방향) 창원조각비엔날레 출품작


창원조각비엔날레

❶ 제4회 9. 4~10. 14 ❷ 창원 용지공원, 성산아트홀, 창원의 집,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❸ 윤범모 ❹ 불각의 균형 ❺ 13개국 작가 70명(팀) ❻ changwonbiennale.or.kr


창원 출신 조각가 오마주 5회를 맞이한 국내 유일의 조각비엔날레로 올해는 ‘불각(不刻)의 균형’을 주제로 열렸다. 한국 현대 조각사의 요주 인물이자 창원 출신 작가인 김종영과 문신에 대한 오마주다. 김종영이 주창한 ‘불각(不刻)의 미학’과 문신이 강조했던 ‘균제, 균형의 미학’을 결합했다. ‘불각’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상태임을 전제할 때, 불각의 균형은 자연스러운 것과 부자연스러운 것 두 이질적인 존재가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두 조각가의 조형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지역 출신의 작가를 강조함으로써 ‘조각 도시 창원’이라는 정체성을 수립하고자 채택됐다.

조각, 공공미술로 본전시 <불각의 균형>은 조형성이 돋보이는 조각, 설치작업을 중심으로 한다. 이 중 16점은 공공미술품으로서 영구 설치될 목적으로 커미션됐다. 전시 일부인 조각 놀이터 ‘유어예(游於藝) 마당’에는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대형 인터렉티브 설치작품 <아마란스>를 공개한다. 또 다른 본전시 <파격(破格)>은 조각의 영역과 재료의 파격을 꾀한 입체 및 평면작품을 선보인다. 특별전 3개는 조각가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실비아·김보현 2인 전, 김종영 개인전, 문신 개인전이 그것. 마지막으로 대안공간루프와 공동 기획한 미디어아트전 <젊음의 심연_순응과 탈주 사이>가 준비됐다.

조각, 전시 전문가 기획 총감독으로는 윤범모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위촉됐다. 가천대 회화조소전공 교수로 재직했으며 조각가 김복진 연구서(2010)를 펴내는 등 조각에 조예가 깊다. 광주비엔날레 책임 큐레이터,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전시 총감독 등 굵직한 국제전 감독을 역임했다. 윤 감독은 2개의 본전시와 전체 기획을 총괄한다. 특별전은 초청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김종영전은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실비아·김보현전은 오드렛 조, 미디어아트전은 대안공간루프 이정아 큐레이터가 맡았다.

국내외 유명 조각가를 한자리에 전체 전시에는 총 13개국 70명(팀)의 225점을 선보인다. 야외 본전시에는 루마니아 벨기에 한국 포함 5개국 출신 21명이 출품했다. 해외작가는 빔 델보예, 미르치아, 폴 샬레프, 울프강 스틸러 4인, 한국 작가는 구본주 이이남 이철희 윤영석 등 17인이 참여했다. 이 중 6인은 창원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파격>전에서는 임옥상 최울가 하태범 진기종 포함 한국 작가 35명, 미디어 아트전에서는 안젤리카 메시티, 아슬리 순구, 이정형 등 9개국 10명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공원에서 열리는 모두의 문화축제 비엔날레는 성산구 용지공원, 성산아트홀, 창원의 집과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총 4개 장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야외전시 출품작은 용지공원 32만 5천㎡ 부지 내 분산돼 설치됐다. 나머지 3개 공간은 <파격>전과 특별전을 나누어 개최한다. 공원이 중심이 되는 비엔날레라는 특징을 살려, 야외에서 대규모 부대행사 피크닉 콘서트(9. 7)와 아트마켓(9. 8)이 진행될 예정. 또 국내 공공미술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학술 컨퍼런스 <한국현대미술과 공공미술>(9. 5)을 포함해 다양한 교육 학술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최하늘, 권병준, 이소영, 엘리사 지아디나 파파, 발 밑의 미래, 리슨 투 더 시티(왼쪽 페이지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출품작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❶ 제10회 9. 6~11. 18 ❷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로미디어캔버스

❸ 김남수, 김장언, 임경용, 홍기빈 ❹ 좋은 삶 ❺ 11개국 70명(팀) ❻ seoulmediaartbiennale.kr


좋은 삶(Eu Zen) ‘좋은 삶’이라는 개념은 소박하고 막연하지만, 시공간을 불문하고 인간이 능동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데 최고 준거점 역할을 해왔다. 2018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잘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에우 젠(Eu Zen)’에서 착안해 ‘좋은 삶’을 주제어로 제시했다. 지금 이 시대의 좋은 삶이란 무엇이며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멋진 신세계’라는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인간상을 상상하고, 개인이 지닌 잠재된 욕구와 능력을 꽃피우는 삶을 실현하고자 한다.

다중지성 콜렉티브 2018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최초로 공동감독제를 시행했다. 기존 1인 감독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콜렉티브를 결성하고 다중지성 공론의 장을 형성한다. 콜렉티브 구성원은 김남수(무용평론가) 김장언(독립큐레이터) 임경용(더북소사이어티 대표)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등 4인. 비엔날레를 미술에 한정된 실험실이 아니라 정치 경제 환경 기술 등 다각적인 관점에서 사회 이슈를 논하는 장으로 확장하려는 취지다.

새로운 행위자들 올해는 11개국에서 70명(팀)이 참여하지만, 이들은 ‘작가’보다는 ‘새로운 행위자들’로 호명된다. 사회 경제 환경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가 활동가 기획자 연구자 등의 전문가가 미술작품뿐 아니라 카탈로그 강연 리서치 팝업스토어 등의 신작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현대미술 전시로 국한되는 기존 비엔날레 성격에서 벗어나 캠프 공유지 아고라와 같은 확장된 지성과 실천의 개념에 주목한 결과다. 이를 통해 미술관을 예술과 타 분야가 교차하는 공간이자 본격적인 토론의 장으로 작동시킨다.

모두’의 인공지능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는 미디어 개념을 확장하는 다양한 예술 형태를 모색하면서 동시대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에도 주목해왔다. 올해는 인공지능(AI) 개발과 함께 재편되는 질서를 검토하고자 ‘모두의 인공지능’을 키워드로 내세운다. 여기에서 ‘모두’는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불완전한 조건을 의미하며, 인공지능 이후 새롭게 발견된 가치와 문제를 이야기한다. 작가 민세희는 기술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모두의 인공지능>을, 엘리사 지아디나 파파는 팝업스토어 <Future Shop>을 선보인다.

배움과 나눔의 장 <배움·나눔의 장>(2017. 11. 21~12. 7)은 프리비엔날레 기간 중 19명의 전문가를 연사로 초청해 진행한 강연 시리즈다. 동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환경 분야와 교류를 시도하고,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주제를 도출하고자 사전 기획됐다. 경제 성장의 추억, 여성주의의 정치와 윤리, 액티비즘과 예술, 21세기 미래형 매개공간 등을 주제로 국내외의 다양한 이슈를 조명하면서 비엔날레의 의미와 방향성을 논의했다. 각 강연의 주요 논지와 녹화 영상은 비엔날레 웹사이트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원고 작성: 이현(서울, 광주, 부산), 한지희(금강, 대전, 전남, 창원)

편집, 감수: 김재석

디자인: 진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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