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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ch Mar 02. 2019

미래의 랜드마크를 짓다

삼탄 &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착공

세계적인 스위스 건축설계사무소 헤르조그 & 드 뫼롱(HdM)이 설계해 국내 건축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삼탄 &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설계안이 지난 24일 착공식에서 베일을 벗었다. 건축가 듀오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여러 시니어 파트너들과 함께 이끄는 이 건축사무소는 1978년 설립된 이후 전 세계 각지의 도시계획과 주거, 상업, 교육 및 문화시설 설계를 도맡아 하며 동시대 건축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런던 테이트모던(본관 2000, 신관 2016)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2008)을 설계한 사무소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비트라하우스(2010), 엘프필하모니함부르크(2017) 등 세계 유수의 문화기관이 이들의 손을 거쳤다. 건축가에겐 최고로 영예로운 상인 프리츠커상(2001)을 비롯해, RIBA 로열골드메달(2007), 일본 프리미엄 임페리얼상(2007), Mchap상(2014)을 연이어 수상했다.

    이들은 ‘작가주의’를 내세우지 않는 건축가다. 작업 전반에 걸쳐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반영하는 담론이나 시그니처 건축 어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스위스의 블루하우스(1980)와 리콜라 창고프로젝트(1987), 뮌헨 괴츠컬렉션(1989) 등 초기작은 스위스 모더니즘의 정수를 보여주지만, 이후 작업은 건물의 입지조건에 최적화된 형태를 띤다. 건물의 용도와 주변 환경, 재료 수급 가능성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며 ‘적재적소’의 미덕을 발휘한다. 물론 돌망태나 구리판, 실크스크린 콘크리트로 마감하거나, 하수구 뚜껑 문양을 그대로 디자인에 적용하는 등 재료와 그래픽 면에서 외관, 특히 입면에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해온 터라 주변에 잘 ‘녹아드는’ 작업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가 유명세를 노린 것이라기보다는 세심하게 건물의 고유의 기능을 헤아린 결과라는 점은 동시대 건축계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번 신사옥은 HdM이 한국에 최초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구 송은수장고가 자리했던 도산대로 부지에 들어선다. 송은문화재단이 국제 규모의 재단은 아님에도 두 건축가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건물에 애착을 느끼는 덕에 재단 측의 제의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대중과 하나 됨’을 키워드 삼아, 1층에 개방 정원을 꾸미고, 대로나 주택가에서 진입이 용이하도록 입구를 만들었다. 4개 층의 전시공간과 사무실, 리딩 룸, 공공공간을 포함해 지하 5층, 지상 11층 규모로 건립되며, 주변 건물이 거의 저층임을 고려해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후면으로 갈수록 점점 높이가 낮아지는 직삼각형 형태를 띤다. 또 대로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절개선처럼 창문이 최소화되어 있으며, 송은, 즉 ‘숨어있는 소나무’를 시각적으로 패턴화해 나뭇결을 새긴 콘크리트로 건축물 표면을 덮는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2021년 6월경 완공 예정. 건물규모나 외형적 특징만 따져보아도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나아가 건축가가 지적했듯 ‘일관성도 개성도 없는’ 도산대로 주변 환경에 신사옥의 존재가 어떤 순영향을 불러올지 기대를 모은다. /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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