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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Apr 24. 2022

목적이 이끄는 삶은 향기를 남긴다

- 마샤 리네한 저,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에 대한 서평




1. 목적이 이끄는 삶(the purpose driven life) 


<Building A Life Worth Living> (번역서 제목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의 저자 마샤 리네한 박사의 저서를 읽자마자 머릿 속에 떠오른 한 생각은, '마샤 리네한 박사야말로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아왔구나'라는 것이었다.  


마샤 리네한 박사의 목적(또는 소명)은 역설적으로 그녀가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낼 때 그녀의 삶에 찾아왔다. 마샤 리네한 박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 이유를 알 수 없이 자신에 대한 자제력을 급속히 잃게 되었고, 칼로 자해를 하고 수 없이 자살충동을 느끼던 끝에 '생명을 위한 병원'의 톰슨 2병동(폐쇄병동)에서 2년 동안 갇혀 지내게 되었다. 당시 마샤 리네한 박사는 '생명을 위한 병원'의 정신과 주치의였던 오브라이언 박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오브라이언 선생님,
외로움에 미쳐버릴 것 같아요. 제발 절 구해주세요. 애쓰고 계신 건 알지만 저는 아무리 노를 저어도 물에 붙어 움직이려 들지 않는 나룻배에 타고 있는 기분이에요.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게 엉망진창이에요! 
이곳을 증오하지만 내 자신은 몇 배로 더 증오하니까요. 
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마샤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때, 58면.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보내던 마샤 리네한 박사는 어느날 하느님께 맹세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나는 반드시 이 지옥에서 탈출할 것이며 여기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면 곧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마저 구해내겠다"는 것이었다. 이때의 맹세는 찰나의 지나가는 다짐 같은 것이 아니었으며, 70세가 넘은 현재까지도 마샤 리네한 박사의 인생을 이끌고 지배해왔다. 


인상깊었던 표현은 '지옥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면 다시 지옥으로 돌아갈 것이다' 라는 부분이다. 지옥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는데 다시 제발로 들어가겠다니, 그것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이것이 정녕 20대 초반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폐쇄병동에 갇혀 있던 소녀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 이러한 생각 자체가 '영적인 체험'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숭고한 목적을 가지게 된 마샤 박사는 그때부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회복하였다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비로소 자신을 되찾게 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생명을 위한 병원'을 퇴원한 이후로도 다시 칼로 자해를 하거나,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될 뻔한 위기가 있었으나 그럼에도 마샤 박사는 자신과 같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구해내겠다는 목적을 한 순간도 잊거나 포기한 적이 없다. 이 목적은 마샤 박사의 원동력이 되었을뿐만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영역에서 수많은 '성과'를 달성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해주었다. 그녀의 영향력과 인지도, 여러 성과들은 삶의 제1의 목표가 아니었다. 목적(선한 목적)을 충실히 따르다보니 부상처럼 주어진 것이랄까. 


끈기는 내 삶을 관통하는 아주 큰 특징이다. 나는 목표를 세우면 끈질기게 밀고 나가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신께 한 맹세의 실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다. 진의 경우에도 나는 거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내가 때때로 내 내담자들에게 가르치려고 애쓰는 근성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 것. 얼마나 많이 넘어지든 중요한 건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서 다시 해보는 것이다.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197면.


마샤 리네한 박사는 자신이 신에게 맹세한 이후 그러한 '결의'를 통해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한 것처럼, 경계성 성격장애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마침내 자신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DBT(변증법적 행동치료법)를 개발했다. DBT의 네 가지 기술은 마샤 박사의 경험에서 비롯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마샤 박사의 삶을 가장 잘 표상한 기술은 두번째 기술인 '고통 감내 기술(Distress tolerance skills)'이 아닐까 한다. 이는 위기 상황을 감내하는 방법을 가르쳐 고통의 유발 웡닌이 뭐든 그 해결책을 잘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내담자들의 상담은 보통 죽으면 더 행복해질 것 같냐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들은 자살하면 고통이 끝나리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중략) 내가 한 가지 문제를 다루려 하면 내담자는 겉보기엔 이전 문제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듯한 또다른 문제를 끄집어냈다. "정말 못 견디겠어요", "자살해 버릴 거예요" 같은 말도 했다. 나는 이들의 핵심적 문제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322~323면.


고통 감내 기술을 포함한 DBT의 네 가지 기술은 비단 경계성 성격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만 쓸모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이 <Building A Life Worth Living>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정신과적 장애를 앓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세우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든 DBT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마샤 리네한 박사의 부탁


마샤 리네한 박사는 '생명을 위한 병원'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고백했던 순간을 회상하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이 책을 마무리 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말미에서, 이 책의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남긴다.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은 이것이다. 부디 당신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기술들을 갖추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아멘.

-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490면.


이 책의 여러 부분에 깊은 감명을 받은 나는, 마샤 리네한 박사의 위와 같은 부탁을 보고 쉽게 넘어가기 어려웠다. 마샤 리네한 박사가 나에게 삶의 목표를 갖게 해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그녀처럼 십수년 전에 신에게 맹세했던 내용을 다시 상기하게 해주었고, 그 목적을 향해 시선을 돌리게 해주었다. 마샤 리네한 박사의 맹세처럼, 나도 2009년에 성경의 한 구절을 내 인생의 목적으로 받아들였던 순간이 있었다. 1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니 부끄러울 정도로 잊고 살았던 구절이다. 


시편 82편
1   하나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에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에서 재판하시느니라
2   너희가 불공평한 판단을 하며 악인의 낯 보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 (셀라)
3   가난한 자와 고아를 위하여 판단하며 곤란한 자와 빈궁한 자에게 공의를 베풀지며
4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구원하여 악인들의 손에서 건질지니라 하시는도다
5   그들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흑암 중에 왕래하니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리도다
6   내가 말하기를 너희는 신들이며 다 지존자의 아들들이라 하였으나
7   그러나 너희는 사람처럼 죽으며 고관의 하나 같이 넘어지리로다
8   하나님이여 일어나사 세상을 심판하소서 모든 나라가 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니이다


마샤 리네한 박사의 도전으로, 다른 사람들이 살만한 가치가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갖추도록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시편 82편은 가난한 자와 고아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을 잊지 말라고 한다. 일을 제대로 시작하고 난 후 지난 1년 반 동안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왔을까. 지금부터 타인을 위한 시간의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보아야겠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232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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