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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이 파일럿이 되는 이유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중요하다.

"왜 파일럿이 됐어?" 


그동안 수 없이 들은 질문이다. 친구, 대학교 선후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꼭 듣는 질문이다. 유사 질문으로는 '어릴 때 꿈을 찾아간거야?', '원래 항공대 나왔어?', '공군 나왔어?' 등이 있다.


서로 물어보기도 한다. 새로 만나는 기장님 혹은 동기, 회사 선후배. 이제는 숨쉬는 만큼 비행이 익숙해진 사람들끼리도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물어본다. 이전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직업도 있다보니, 조종사라는 직업이 이전 직장이나 직업의 아쉬운 점을 해결해주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하던 일을 했어도 됐을 사람들이

큰 돈을 들여 비행유학을 하고

왜 어쩌다 조종사가 되었을까?


사람이 많은 만큼 이유도 제각각이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라는 영화 대사 처럼. 조종사도 사람이고 (공항에서는 유니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직장인이다. 


공항 인파 틈에서 사복을 입고 출퇴근 하는 조종사들이 많다. 사람들 틈에서 조종사들도 사람이다. | 출처: 그린데이 온더로드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는 나중에 길게 쓰고 싶다. 대학원 교수님께서 '드론 날리다가 너가 날고 싶어서 갔잖아' 라는 심플한 문장으로 요약하기 보다 좀더 진솔하게 공유할 가치가 있는 생각을 담아서 써보고 싶으니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요 ^^)


대신 내가 들었던 파일럿이 된 이유 중 인상적이었던 것 2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진로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고,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영감이 될 것 같다.


첫째, 자녀에게 추천하는 직업, 부모가 추천할 수 있는 직업

'아들에게 추천하는 직업'은 사실 동기가 한 말이다. 대기업을 다니던 동기 형이 파일럿의 장점으로 꼽은 말 이기도 하다. 건설사 선배들이 '탈토목, 탈건설이 답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조종사 부모님을 둔 조종사들을 많이 본다. 유학 시절 시험감독이'나도 40,000시간 비행한 조종사인데 내 딸도 조종사야. 지금 공군에 있어' 라고 이야기 했었고, 실제로 내가 만난 시험 감독관들은 자녀들에게 비행을 가르치거나 조종사로 키운 경우가 많았다. 중국계 미국인이었던 내 비행교관도 아버지와 오빠가 중국 항공사 기장이었다.(LA에 비행 와서 딸 보러 비행학교 왔을 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조종사인 비행 유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이 직업도 좋은 시절 끝났어.'

'어서 도망쳐'

'대한민국에서는 ㅇㅇ가 답이지'


건설사를 다니는 선배들도 그랬고, 과외 학부모님들도 그랬다. 자식이 다른 일을 하기를 바랬다. 분명 급여도 높은데 그랬다. 익숙해지면 단점이 크게 보이기 마련이라 해도, 자녀에게 같은 직업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아니 없었다. '선생님 우리 애한테 의사 되라고 꼭 추천해주세요' 라는 학부모님도 종종 있었다.


세상에 자기와 같은 직업을 아들, 딸에게 추천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바뀌는 시차, 건강상의 문제 등 여러가지 힘든 순간들이 많지만 그걸 떠나 자녀에게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조종사의 꿈을 갖는데 영향을 가질만큼 강력한 울림을 주었다.


 

둘째,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직업

직장 동료들 중에 항해사였던 사람들이 있다. 해양대를 졸업하고 취업 후 큰 배를 몰다 비행을 시작한 케이스였다. 농담 삼아 자동차 까지 포함해서 '육해공의 탈 것들을 섭렵하려고 왔어' 라고 하는 이들에게는 나름 특별한 계기가 있다.


바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직업을 갖는것


한번 항구를 떠난 배가 경유지나 목적지에 정박하기까지 몇 달이 걸린다고 한다. 내가 들었던 배 안의 생활은 단체생활이면서도 외로움이 느껴졌다. 인터넷 사정도 열악하고, 출항 전 외장하드에 담은 영화와 드라마를 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일과와 일과 외 시간이 있었을 뿐, 퇴근 하더라도 몸은 배에 있는 현실이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삶이었다. 그래서일까


'나 집으로 퇴근하는 직업이라서 선택했어' 

라는 말이 인상 깊에 들렸다.




꼭 어릴 적 꿈이어서 파일럿이 될 필요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조종사들이 어릴때 비행을 꿈꾸고 자란 것은 아니다.


저마다의 이유와 계기가 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


심지어 친구 따라 공군사관학교 지원했다가 

대한민국 VIP 전용기를 비행하신 분도 있다.


저마다 '진심을 담은 계기'가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었다.


모두가 '우와'라고 반응할 만큼 근사할 필요도 없다.

진심이기만 하면 된다.

(밥이 맛있어서 회사를 사랑한다고 이야기 해도 된다)


자신만의 진솔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직업 선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훌륭하고 근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진짜 이유가 있다면


무기력함, 피로, 분노와 같은

직장에서 마주하게 될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거나

가끔 혹은 자주 만나게 될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에 도움이 된다.


진로고민을 하는 사람들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

현재의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


모두와 이 질문을 나누고 싶다.


'지금 하는 일은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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