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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rky Sep 12. 2024

인스부르크 어느 레스토랑에서

2023년 오스트리아

  누군가 "지금까지 어디 여행이 제일 좋았어요?" 라고 물으면 주저없이 "인스부르크요"라고 이야기 한다. 6월, 성수기가 아니라 번잡하지 않았고 주변 자연을 즐기면서 충분히 쉴 수 있었다.

빈에서는 내가 가는 곳 어디든 사람이 많았다. 물론 빈미술사박물관도, 자연사박물관도 좋았고 레오폴드 뮤지엄도 좋았다. 날씨도 좋았다. 슈니첼을 먹기 전까지는 모든 게 좋았다. 

이 슈니첼을 먹고 배탈이 났다. 이 근처에 오래된 유명한 슈니첼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웨이팅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이 많지 않은 한가한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맛이 좀 시큼하긴 했지만 레몬즙을 뿌려서 그런가보다 했다. 저녁 일정은 소화할 수가 없었다. 녹색 변을 본 뒤 이틀을 거의 누워만 지냈다. 


인스부르크로 가는 날, 빈에서 기차로 4시간 넘게 가야 했지만 다행히도 이 날의 컨디션은 좋았다. 인스부르크에 도착하고 여기에서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가족이 오랫동안 운영해 온 곳인데 바로 맞은편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려는데 레스토랑에서 해야한다고 했다. 레스토랑에 갔더니 잘생긴 직원이 체크인 안내를 해준다며 앉아서 필요한 항목을 체크하고 몇 가지 내용을 작성하라고 한다. 그동안 커피를 마시겠냐고 해서 습관처럼 Thank you가 나와버렸다. 호텔에서 1잔, 역에서 1잔을 이미 마시고 왔지만 말이다. 에스프레소로 부탁하고 작성을 마쳤다. 영어로 스몰톡을 시작하는데,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영어도 영어지만, 낯가림이 심한 내가 그와 이야기하다 생기는 침묵이 견디기 어려웠다. 아무리 에스프레소라도 1분 안에 마시기는 뜨거웠다. 2분 안에는 마신 것 같다. 그리고 숙소로 들어왔다. 방문을 여는데 푸른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맑은 새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에 상쾌함이 느껴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숙소 내부

이번 여행은 온전히 쉬다 오는 거였다. 머무는 동안은 거의 이 조용한 동네를 거닐었다. 근처 동네 버스를 타고 할인티롤(Hall in Tirol)에도 갔다. 푸니쿨라를 타고 노르트케테에도 가 보았다. 주변이 다 자연경관인 이 곳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Hall in tirol

마지막날, 슈니첼을 제외한 로컬음식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 빈에서 배탈이 난 이후 그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던 터였다. 이 여관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평점도 높았던 터라 기대를 하고 예약을 했다. 체크인 때 그 직원은 없었고 다른 직원이 예약을 받았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어 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처음 체크인할 때 봤던 잘생긴 직원이 문 앞에서 나를 맞았다. 그리곤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안녕, 너를 위해 특별한 자리를 준비했어"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특별한 자리라는게 어떤걸까? 난 눈에 띄고 싶지 않아, 제발,,'

여러 생각들이 오가는데, 내 자리는,

이랬다.;;

체감하기에는 거의 이 정도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지사제가 아닌 소화제를 먹게 될 것 같았다.

저녁시간이 되면서 사람들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내 테이블은 6인석인데, 2명 3명, 4명 온 사람들의 테이블은 2~3인석 또는 4인석이다.

그 직원이 내게 메뉴판을 건네며 자리가 맘에 드냐고 물었다. 습관적으로 호들갑을 떨며 참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로컬음식을 추천해달라했는데, 타펠슈피츠(소고기 스튜같은 것)와 카토펠푸퍼(감자전 같은 것)를 추천해주어 와인과 함께 주문했다.

웨이터가 친절하게 먹는 법을 설명해준다. 감자전 같은 것과 소고기, 그리고 국물같은걸 한스푼 얹은 다음 소스를 곁들여 같이 먹는거다. 맛있었지만 혼자 먹기 양이 꽤 많기는 했는데, 이걸 남기기가 좀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다 먹는게 예의일 것 같아서 꾸역꾸역 먹었다. 중간 중간 오고 가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머릿 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배가 터질 것 같았고, 그 테이블 중앙에 앉아 혼자 먹는다는 것 자체도 부담이거니와, 한창 음식을 씹고 있는데, 내 앞에 서 있는 서버와 자꾸 눈이 마주치는 것도 내겐 부담이었다. 결국 체한 건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주인공 자리에서 최대한 빨리 나오고 싶었다. 와인만 한 5잔 마신 것 같다. 결국 고기 한 덩이는 남기고 나왔다.

언제 또 그런 주인공 테이블에 혼자 앉아보려나.. 그때 저녁식사를 제대로 못 즐기고 서둘러 나온게 아쉽다. 남긴 고기 한 덩이가 가끔 생각난다. 과해보였던 다양한 소스들과 엄청난 양의 빵, 그리고 와인(오스트리아산이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그 직원의 친절한 미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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