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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린 Jan 17. 2023

현장부임/파견

현장 생활 (숙소 설명-빨래/청소 서비스, 근무시간)

3일의 짧은 부임휴가를 쓰고 오늘은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야 한다. 카타르, UAE 등에는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많은 나에게도 처음 가는 사우디는 이래저래 불편한 것이 많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현장 근처 공항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다. 그래서 카타르, 두바이 혹은 아부다비 공항에서 4~8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게다가 사우디의 담담 공항에 도착해서 현장 숙소까지 차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출발하기도 전에 지치는 느낌이다. 


이번에 이용하는 비행기는 EK항공이다. 예전에도 많이 이용했던 비행기라 거부감은 없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쌓을 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비행기 좌석이 넓어서 10시간 비행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저녁 11시 비행기를 타야 해서 7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아이들이 아빠가 어디에 가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아직 잘 몰라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헤어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인천 공항의 출발층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지났다. 지하철로 공항까지 2시간 정도 걸린 셈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허 과장님."


서울사무소에서 같이 근무한 배관 시공 담당 허용수 과장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출발하는 사람이 나, 허용수 과장 그리고 기계 시공을 담당하는 김성민 과장 총 세 명이었다. 두바이 공항에서 6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잘됐다. 중간에 라운지에서 같이 술을 마시며 편하게 쉴 수 있을 테다.  


"안녕하세요, 윤 과장님. 저 가족들이랑 인사하고 이따가 카운터에서 뵐게요. 김성민 과장은 벌써 도착해서 카운터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이따 뵐게요."


...


“억.” 


오후 2시에 사우디 담맘 공항에 도착해서 마중 나온 운전사를 따라서 차를 타기 위해서 공항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내 입에서 나온 소리다. 7월 초의 사우디는 과연 엄청나게 더웠다. 몇 년 만에 다시 경험하는 중동의 더위는 이제까지 5년 넘게 중동에서 해외프로젝트를 경험했던 나를 새삼 놀라게 만들었다. 


"와, 덥네요. 역시 중동이네요."


"그러게요. 제가 지금 사우디 10년 째인데, 이놈의 더위는 적응이 안 되네요."


허용수 과장이다. 이렇게 덥고, 술도 마실 수 없는 사우디에서 10년이라니... 갑자기 허용수 과장이 대단해 보였다. 


"사우디에만 10년이요? 대단하신데요?"


"아, 별거 아니에요. 지난번 현장 끝나고 돌아갈 때, 다시은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결국 돌아왔네요."


"그렇군요. 김 과장님은 중동 프로젝트 경험 있으세요?"


"아뇨, 저는 알제리에만 가봤어요."


"아, 그렇군요. 아... 우리 한 번 잘 버텨 보시죠. 또 왔으니까, 잘 살아남아야죠."


"그러시죠."


우리는 운전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각자 눈을 감았다. 밖은 모래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이었고, 오후 2시의 사우디는 너무 밝았다. 세 시간은 걸린다고 하니, 차는 한 참은 더 달릴 것이다. 


...


 "아, 여기에요? 이거 너무하네. 예전 프로젝트 때 보다 숙소 크기가 더 작아진 거 같은데요?"


"그러게요. 그래도 예전처럼 복도가 있는 구조는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정말요. 그때는 옆방 사람 코 고는 소리까지 다 들렸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는 않겠죠."


현장 숙소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다. 프로젝트가 2개여서 숙소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총 1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한다. 한국인 숙소는 1인 1실이었는데, 방 옆에 화장실 하나가 붙어있는 집이 옆으로 10개씩 붙어서 동을 이루고 있다. 이런 한국인 숙소 동이 24개가 있고, 최소 2인 1실과 최대 6인 1실의 작업자 들과 외국인 직원들 숙소들이 빽빽하게 단지를 이루고 있다. 


열쇠를 받아서 방에 들어가 보니 일인용 침대, 작은 냉장고, 책상, TV, 에어컨 등으로 방은 이미 가득 차 있었다. 대학시절에 살았던 원룸과 비슷한 크기이니 아마 7~9평 정도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적어도 2년을 이 방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곳이 약간은 답답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사막한 가운데에 있어서 그런지 전화 신호도 약하고, 인터넷 속도도 느리다. 유튜브 동영상이 실행이 되지 않을 정도다. 화상통화는커녕 겨우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다. 


'돈 벌러 왔는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 공간은 쉬기에 충분하고, 인터넷은 다른 방법이 있겠지.'


비행기에서도 자고, 공항에서 차를 타고 올 때도 잤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피곤했다. 


'어서 씻고 쉬자.'


내일부터 바로 출근이니,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 

 



해외 EPC 프로젝트 중에서 석유화학 또는 정유 공장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엔지니어의 경우, 일반적으로 숙소는 캠프라고 불리는 시설을 이용하게 된다. 캠프는 건설회사에서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작업자 및 관리자들이 묵을 시설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 및 정유 공장을 위한 해외 EPC 프로젝트의 경우 가장 많을 때 6,000명 이상의 작업자를 동원한다. 즉, 건설회사는 이 6,000명이 이용할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사실 호텔과 같은 시설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숙소를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건설회사에서는 숙소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캠프는 보통 현장에서 30분 이내에 위치한다. 또 똑같은 모양의 집을 여러 개를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깥에서 보면 캠프는 거의 똑같이 생긴 방들이 10~20개가 나란히 수십 줄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각 숙소에는 방 1개와 화장실 1개로 이루어져 있다. 각 방에는 대개 책상, 의자, TV, 침대, 작은 1단 냉장고, 옷걸이, 옷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숙소에서 보통은 1명이 생활하며, 프로젝트가 가장 바빠서 사람이 많이 필요할 때에는 2명이 1 숙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캠프에는 보통 식당, 이발소, 당구장, 탁구장, 스크린 골프장, 노래방, 테니스 코트, 수영장, 헬스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런 시설은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으나, 대개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시설들이 전부이다. 즉, 잠은 개인 숙소에서 자고, 밥은 공용 식당에서 먹는 것이다. 또, 개인별로 퇴근 후에 이발소에서 공짜로 머리를 깎을 수 있다. (이용자 목록에 본인의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당구장, 탁구장, 노래방, 헬스장은 아무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요즘에 인기가 많은 스크린 골프장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캠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보통 청소, 식사 제공, 빨래, 인터넷 등이 있다. 매일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일하러 나가면, 캠프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이 각 숙소를 청소하고, 빨래를 한다. 보통의 경우 그날 내놓은 세탁물은 퇴근하기 전에 말리고 다림질을 한 후에 다시 방에 가져다 둔다. 식당은 현장 출근 및 퇴근 시간에 맞춰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 중동 EPC 프로젝트의 경우 아침 5시 30분에 출근, 11시 30분~2시 30분까지 점심시간, 2시 30분부터 근무를 다시 시작해서 5시 30분에 퇴근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식당은 보통 아침에는 4시부터 5시까지 운영하고, 저녁에는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카타르처럼 작은 나라를 제외하고 중동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 및 정유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즉, 그 나라의 인터넷 망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캠프에서는 인터넷이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 실제로 나는 UAE와 사우디 프로젝트에서 일할 때에는 인터넷 사용하는데 굉장히 어려웠다. 화상통화는 고사하고, SNS로 가족들과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경우가 가끔 있었다. 심할 때에는 하루종일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렇게 외진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는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스트레스 수준을 조절하는데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름대로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을 아래에 설명하겠다. 


첫째, 나만의 인터넷을 만든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인터넷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독자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카타르, UAE, 사우디 등에는 Mobile WiFi 장치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선불 USIM을 연결하면 나름대로 쓸만하다. 나는 실제로 모든 카타르, UAE, 사우디 등에서 8~15만 원 정도의 배터리 타입의 WiFi 장치를 구입하고, 선불 USIM을 구매해서 한 달에 3~5만 원으로 10GB의 인터넷을 사용했다. 실제로 사우디에서는 캠프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속도가 0.5 Mbps 일 때, 휴대용 WiFI의 경우 2.3 Mbps 이상의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USIM을 구매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둘째, 나만의 즐길 거리를 찾는다. 나는 사람들이 많은 복잡한 쇼핑몰이나 도심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깔끔하게 전시된 제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 쇼핑하는 그 나라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현지 음식을 체험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해외 프로젝트에 나가면 가장 가까운 도시에 나가서 현지 쇼핑몰을 구경하고, 현지 음식점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실제로 물가가 비싼 중동에서도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의 음식가격은 현지에서 파는 한식에 비해 절반값도 안될 정도로 저렴한 경우가 많아서 부담 없이 즐겁게 식사할 수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내가 일했을 당시 주변 현지 식당들의 1인분 가격은 보통 6천 원 미만이었다. 또 중동의 로컬 식당은 화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특히 피자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보통 6~9천 원이면 라지 한 판을 먹을 수 있다. 또 도미노나 피자헛 등의 브랜드 체인점에서도 1만 5천 원이면 라지 한 판을 구입할 수 있다.


셋째, 호텔과 같은 비교적 국제 수준에 맞춰서 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한다. 호텔은 아무리 중동의 지방에 있더라도 서울에 있는 호텔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서 호텔의 로비에는 보통 커피숍이 있고, 캠프보다 훨씬 빠르지만 무료인 WiFi를 제공한다. 또 가격은 주변 식당보다 비싸지만 상당한 수준의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나는 중동에서 근무할 때 금요일에는 근처 도시의 호텔을 방문해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20 Mbps이상의 빠른 인터넷 속도를 즐기며 유튜브를 보고, 배가 고파지면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그 어떤 스테이크보다 맛있는 스테이크를 단돈 4만 원에 사 먹기도 했다. 또 UAE에서 근무할 때에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생맥주 1+1 서비스를 제공하는 (Happy Hour) 한 호텔의 Bar를 자주 애용했었다.


이처럼, 조금만 신경 쓰면 현지에서 즐길 수 나름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해외 프로젝트는 그 특성상 오랜 시간 동안 가족과 떨어져서 일해야 하므로, 개인의 스트레스는 각 개인이 조절해야 한다. 많은 돈을 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으니 조금만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고 나보다 먼저 현장에 나와있는 선배 엔지니어나, 글로벌 엔지니어들에게 물어보자. 그들은 당신이 아는 것보다 그 나라에 대해서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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