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대 후반이었을 것이다. 오랜 벗이 “이 시는 너를 생각나게 한다”며 건넨 시가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였다. 그 시를 읽고 그날은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시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괴팍하거나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벗은 ‘그러므로 아무도 사랑하지 않'은 그 자리에 나를 세워 두었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마치 내 것이 아닌 물건을 바라보듯 대했다. 애착을 거두고 멀찍이 거리를 두었으며, 한편으로는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두려워했다. 벗은 그런 나를 ‘아무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 말 이후 나는 무던히 애를 썼던 것 같다. 깨어 있을 때 의식적으로 애쓴 흔적들은 무의식에도 스며들었을 것이다. 마음 한 자리를 내주는 일에 정성을 다했고, 타인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애썼다.
그래서 지금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뼈아픈 후회’를 읽고 이건 내 이야기구나 하고 탄식하던 사람이 과거의 나라면,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나를 폐허의 자리에 그대로 두지 않았다. 당사자인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분명히 변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의지에 따라 열두 번도 변할 수 있다. 변할 수 없는 본래의 모습이 있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나약한 변명일지 모른다. 자각 이후의 파열은 새로운 나를 만든다.
그 폐허에서 나는 결국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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