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ber Jun 04. 2020

예대 출신 광고쟁이, 데이터를 만지다.

저는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합니다.

술 얘기 그만 쓰고 일 얘기 좀 해라.


라는 말에 귀에 딱지가 앉을락 말락 하던 찰나, 결국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일 얘기를 처음 풀어보고자 한다. 처음부터 변을 하자면, 나도 스타트업 썰 푸는 핫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일 얘기로 글을 쓴다는 게 감내해야 할 리스크와 한계를 동반하다 보니 '시도하는 게 상당히 귀찮았음'이 원인이다.


여하튼 지금 본인은 국내의 한 핀테크 업계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고, 회사에서 소개해주는 나는 다음과 같다.

아무래도 워싱을 너무 잘해주신 에디터님께 감사드리며


저 설명에는 '마케팅 데이터 분석과 데이터 시각화 업무'라고 되어있다만, 실제로 본인이 회사에서 담당하는 R&R을 더 명료하게 말하자면 개발자가 필요할 것 같지만 개발자의 리소스는 너무 귀하므로 개발자를 쓰기 아까운 업무이다. 나의 리소스 사용 케이스 예시는 다음과 같다.


CASE 1

마케터 : 프로덕트에서 최근 개편된 A 기능에 대한 검증을 하고 싶어요. A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여 발생한 매출이 배포 이후 증가하는지, 전체 매출 비율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싶어요.

앰버 : 지금 권한에서는 해당 정보를 로컬로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로컬로 받아보는 데이터에 해당 정보를 붙여서 엑셀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개발 작업을 요청해놓을게요. 그리고 A 기능 개편 전과 이후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 시각화 대시보드를 세팅하고 인사이트를 뽑아볼 테니 이를 바탕으로 논의하시죠.
여기서 본인은 마케터의 가설이 나올 수 있는 약간의 기반을 마련해주고, 이를 통해 진짜 가설을 뽑아낸 후 다시 가설을 검증하는데 주요 리소스를 쓰게 된다. 여기서는 데이터 시각화 업무도 동반한다.


CASE 2

개발자 : 앱 푸시 발송 기능을 업데이트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주세요.

앰버 : 기능 단위에서 요청드릴 사항보다 DB 쪽 업데이트가 더 필요해서 이 부분을 먼저 요청드릴게요. 앱 다운로드 유저에 대한 테이블, 푸시 로그에 대한 테이블, 유저 푸시 클릭에 대한 테이블, 이렇게 각각 3개의 테이블만 끌어오도록 웨어하우스에 세팅해주시면 제가 블렌딩 해서 대시보드 작업 가능합니다.
여기서 본인은 마케터로서 필요한 지표를 고려해 이를 모두 볼 수 있게, 그리고 데이터 관리에 과부하가 없게 테이블 만든다는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웨어하우스에 쌓을 테이블의 필드 값, 속성들을 고려해 초안을 짠 뒤,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여 DW(데이터 웨어하우스)에 들어갈 테이블을 기획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들을 나는 본부 내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하는 있는 팀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또 다른 가설을 세우고 또 이를 검증하기 위해 데이터를 뜯고, 뜯을 데이터가 없으면 끌어오고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나에게는 이 과정들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개발자가 해줘야 하는 일의 경계가 꽤나 명확하게 분리되지만, 이 실무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모호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이 안에서 제가 담당하는 업무는 없습니다. 하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하는 일은 아주 분명하게도 개발 혹은 엔지니어링이 아니고, 그들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 왜냐면 내가 하는 일은 주로 데이터를 읽는(Read) 작업이고, 이를 위해서는 개발자들이 DB를 생성(Create), 업데이트(Update), 삭제(Delete) 해줘야한다. 다만 데이터관리자의 KPI로 인해 데이터가 분석 이슈에 최적화되어있지 않을 수 있고, 분석에 필요해서 마구마구 필드를 붙여놓은 데이터가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작동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그래서 이 업무를 비유하자면 나는 최대한 분석이 용이하도록 레시피를 짜는 역할, 개발자는 그에 맞게 나에게 적당한 재료를 밀키트(Mealkit)화 시켜서 세팅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CRUD in Database 출처-생활코딩



밀키트가 준비되고 나면 이제 이걸로 계획한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면 된다. 만들어야 하는 음식(목표)은 정해져 있고(답은 정해져있어 너는 증명만 하면 돼),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과 변수를 마주하기도 하지만 양념과 재료가 착 달라붙어 풍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의 누군가가 이 데이터를 만지는 작업을 밀키트에 비유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라 제멋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데, 저작권료 낼 테니 누군지 저에게 댓글로 알려주세요.


재료와 레시피가 완벽해도 가끔은 실패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