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ber May 04. 2022

어라라 또 회사를 옮기다니.

22년 이직 회고록

사실 이직 하려고 했던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또 이직하게 되었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주제에 '어쩌다보니'만큼 무책임한 단어도 없지만, 진짜 그것은 어쩌다보니였다. 이직 생각이 크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마침 반년을 애써서 밀어붙인 내 주도 하의 프로젝트들이 자리잡아 가는 과정이었고, 발생하는 스트레스나 상황과는 별개로 나는 내 나름대로의 생활을 전 회사에서 구축해가고 있었다.


작년 연말이었다. 그 보름은 나에게 너무 이상한 시간이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생긴 상실을 사흘간 지켜보면서, 그 날을 계기로 나의 구성하는 어떤 부분은 그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도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 영혼이 살짝 떠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묘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까, 그때 들었던 메세지 중 하나는 "앞으로 살던대로 살면 안돼"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한 회사의 최종 오퍼를 받아놓은 상황이었다. 만약에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의 선택이 달라졌을까?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겠으나, 선택의 이유와 마음가짐은 사뭇 달랐을 것이라 확신한다. 고민의 무게감도 조금은 가벼웠을 수 있겠다.


회사를 옮기는 일은 반드시 신중해야하고,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 세상의 노드란 상당히 복잡하고 재밌는 것이어서 때로는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진심 어린 제안이 만들어내는 변주는 상상치 못한 결과물들을 낳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걸 운명이라고 부르더라. 사실 그 안의 디테일한 변수를 고려하여 알고리즘을 파악하기에 인간의 능력은 너무 미미하니, '운이 좋았네!' 정도의 요약이면 다들 끄덕끄덕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이직 회고록에 비해 별로  말이 없는 이유는, 정말 ‘이직' 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없어서다. 그저 하루 하루를 되도록이면 성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진심으로 일을 대하는 동료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가족, 친구들과 소중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별안간  앞에 다가온 제안을, 하필이면 유난스럽게 의미부여하고 싶었고 '아마 이것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사실 진심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고, 결심을 하고 나면 수 많은 이유들을 만들어내는 건 꽤나 쉬운 편이다. 본인의 선택을 온전하게 믿는 사람에게, 이유를 만들어내는 일이 어려울 수가 없다. 왜 이 회사에 가기로 선택한 결정이 내 커리어에서 합리적인지 나는 이제 거짓말 안치고 한 백개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더 재밌게 듣는 것 같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이야기는 하기가 싫었다. 그런 디테일들은 나에게는 전부가 아니고 일부일 뿐인데 마치 일반화 가능한 명제가 되어 남들이 커리어를 선택할때 오남용(?)되는 불상사를 최대한 막고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사실 그러기엔 주변에 입털은게 너무 많긴 하지만...- -;)


본질은, 본인이 어떤것을 가장 원하는지를 발견하는데에 있다. 그걸 알아내보기 위해선 그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면서 O와 X를 치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좋아하는것을 만나기 전 까지는 계속 싫은 것들을 수도없이 마주해야한다. 뭐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안되는 상태가 지속된다. 어제는 맞았던게 오늘은 틀리기도 하다. 그래도, 나에게 좋은 일, 좋은 관계, 좋은 시간을 주고자 한다면 지지부진한 경험들을 견뎌내며 우리는 오늘도 틀려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핀테크를 떠나 데이터 비즈니스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