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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Dec 21. 2022

지금 내리실 역은

외줄 타기의 끝자락에서

아무도 모른다.

고통은 오롯이 당사자의 몫이다.

그 여파는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닿고,

아주 오랫동안 그 안에 머물며,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이 되어,

삶에 영향을 미친다.


외삼촌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술기운에 가끔 전화를 넣어 흐릿한 옛 추억을

몇 번 나을 뿐이다.


요 며칠 전, 이모와 전화를 하며, 삼촌을

걱정하고, 서로 건강하게 지내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다음 날 이른 아침 어머니로부터

외삼촌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불과 몇 주전까지 통화하며,

간이식 수술 이후, 매일 아침 산책을 하고,

삶의 희망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말이다.


장례식장에서 초췌한 숙모와 장성한 두 아들, 그리고 외삼촌의 형제들의

슬픔을 보았다. 아들에게서 간이식을 받고,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으나, 최근 검사에서 뼈까지 암세포가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 후,

모든 것을 놔버리셨다고 했다. 절망은 강력했고, 참으로 무서웠다.

우리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도 삼촌을 생체실험하듯, 돈벌이를 위해

간이식 수술을 권한 병원 놈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 사람의 죽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말자.

그 죽음을 통해 뭔가를 얻으려고 하지도 말자.

마음 가는 대로, 눈물 나는 대로 그렇게 흘러가자.


나는 마음이 허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날 때면

영화 '사도' OST 中 '꽃이 피고 지듯이' (배우 조승우)를 듣는다.

오늘 밤 이 노래의 가사를 곱씹으며 내 곁은 떠나간 많은 삶들을 묵상하고 싶다.


"나 이제 가려합니다. 아픔은 남겨두고서

당신과의 못다 한 말들 구름에 띄워놓고 가겠소

그대 마음을 채우지 못해 참 많이도 눈물 흘렸소

미안한 마음 두고 갑니다. 꽃이 피고 또 지듯이

허공을 날아 날아 바람에 나를 실어

외로웠던 새벽녘 별들 벗 삼아 이제 나도 떠나렵니다


이렇게 우린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마주 보고 있어도 닿을 수 없어.

왜 만날 수 없었나요. 행여 당신 가슴 한편에 내 체온 남아 있다면

이 바람이 흩어지기 전 내 얼굴 한번 만져주오"


....

떠나가소 아주 가소, 지금보다 더 멀리 가소

이내 이런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음이라

나를 두고 가신 임, 천리만리 더 멀리 가소

발병일랑 나지 말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 심규선, 아라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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