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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Jan 04. 2023

못 박기

어느 후배를 위한 취업 상담

엊그제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서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나도 부업 자리를 찾기 위해 이력서를 올려놓은 터라,

혹시 그건가 하고 열어보았다. 역시 아니었다.

학부를 졸업하고 짧게 취업을 했다가, 적은 연봉과

그에 비해 과도한 업무라 판단, 퇴사를 하고 새로운 길을

찾고 싶은 어느 청년의 짧지 않은 고민의 글이었다.


문득 처음 망치질을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적당한 못을 골라, 못의 옆구리를 가볍게 잡고

박을 위치에 못을 90도 각도를 유지하여 세운다.

그리고, 망치로 못의 머리를 가볍게 몇 차례

내리치면, 못의 뾰족한 부분이 어느 정도 파고들어

손으로 잡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된다.

이때부터가 중요하다.

고수는 못의 세워진 각도와 망치의 하강 각도를 일치시켜

한두 번의 망치질로 못 박기를 끝내버린다.

그러나, 서툰 사람은 몇 가지 뻔한 상황을 유발하고 만다.

빗맞은 못이 튕겨져 나가거나, 못이 휘거나, 각도를 달리해

비스듬히 박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자기 손을 때리기도 한다.

그래서, 초보는 못이 절반정도 박힐 때까지는 조심스럽게

때려야 한다. 절반정도가 박히면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익숙하게 될 때까지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는 안전하다.


한 번에 고수가 될 수 없다.

고수 흉내 내려다 튀는 못에 자신이 다칠 수 있다.

취업의 시작은 자신이 들어갈 곳을 정조준하고,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시도하는 것이다. 못 박기와 다른 점은

망치질할 곳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여기저기 두들겨 보자. 들어갔으니 이제 안전하다 생각지 말자.

무리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상하여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자신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어렵게 들어갔는데, 쉽게 퇴사를 결정할 수도 없다.

속도와 방향! 인생에 고수는 없다. 서두르면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다.

거의 끝냈다 싶은 순간, 마지막 스윙이 삐끗하여 벽에 상처 혹은 구멍을 낼 수도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지겨울 만큼 질질 끄는 장기전입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육체를 잘 유지해나가는 노력 없이

의지만을 혹은 영혼만을 전향적으로 강고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생이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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