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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Feb 02. 2023

싸이월드를 탈퇴하던 날

폭력에 대한 기억

어디에나 무리가 있고, 그것을 끌고 가는 우두머리가 있다.

그 영향력은 시대의 리더십과 거의 비슷다.

예상을 벗어난 변종 리더십의 등장은 예외로 하자.

우두머리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휩쓸린 때가 있었고,

때와 상황에 따라 바뀌고, 상식에 반하는 리더십에 대해 반기를

들고 바꿀 수 있는 때도 있었다. 지금이 그런 세상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 하나가 전학을 왔고,

내 옆자리가 비어 자연스럽게 짝꿍이 되었다.

지금도 그 친구의 이름과 얼굴이 기억난다.

둥근 얼굴에 눈은 하회탈 눈처럼 웃는 상이 었다.

순수하고 착한 친구였다.


우리 반에 남학생 무리가 있었다.

제왕적 반장을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친구들의 패거리였다.

반장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호기심에 상관없는, 정도를 벗어난

장난을 자주 쳤다. 그 아이는 거칠 것이 없었다.

아무도 반항하거나, 그의 말과 행위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당시 나는 운동부였다. 그의 영향력 밖에 있었다.

그에게 나는 불편한 대상이었다. 말이 먹히지 않았고, 운동부원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덩치도 달랐고, 성향도 그리 고분고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운동부는 수가 40명 정도가 되는 또 다른 패거리였다.


어느 날, 반장은 내 짝꿍에게 심한 장난을 쳤다.

구두닦이가 손님 구두를 광내기 위에 기다랗고 넓은 천으로 구두의 앞면을

좌우로 닦듯이, 기다란 철사를 나무 책상 측면에 몇 분 정도 마찰하여

철사의 온도를 높였다가, 그것을 짝꿍의 목덜미에 갖다 댔다. 친구는 높은

열에 깜짝 놀랐고, 목은 빨갛게 달아올라 철사줄 자국이 생겼다.

그 모습을 본 반장과 패거리들을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아빠가 (군부시절) 경찰인 반장과 맞설 수 없었다. C8.


시간이 많이 지나, 페이스북의 한국버전이라 할 수 있는 싸이월드의 등장으로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블로그를 갖게 되었다. 내 일상이 공유되었다.

켜켜이 쌓여가는 사진과 그 아래 달린 덧글을 보고 또 보며 을 나눴다.

온라인상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xx국민학교 다니던 xx 아니냐'라고. 당시 공개된 정보를 통해,

그런 방식으로 옛 친구를 찾을 수 있던 때라, 그렇다고 답하고

서로의 이름을 소개하자마자, 순간 옛 기억들이  머리가 강하게 후려쳤다.

그 반장이었다.  언제 만나서 술한자 하지는 메시지를 받았고,

나도 엉겁결에 그러자 했다. 내 평화로운 뇌가 다시 그닥 좋지 않은

기억과 조우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

.

며칠 후, 나는 싸이월드를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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