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의 영역과는 별개로
2022년 공인노무사 시험 후기
누구 만날 사람 없나 스마트폰을 뒤적거리고 있자니 시험이 끝났다는 것이 실감난다. 2022년 9월, 나는 공인노무사 시험 2차 시험을 치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합불 여부와는 별개로 시험장에서 '-이하여백-'을 적어냈다는 사실에 성취감을 느낀다. 시험 이후 펑펑 놀다보니 이 감정이 희미해지는것 같고, 합격발표 후에는 다른 감정으로 변할 것이 분명하기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한건 2021년 9월이었다. 회사에서 그려지는 뻔한 미래에 대한 회의감과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에 고민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해볼법한 이 고민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고, 그런점에서 시험을 완주하며 무기력했던 인생에 추진력을 얻은 느낌이다. 수험기간은 직장병행 7개월 - 전업 5개월이다. 호기롭게 직장병행으로 시작하였지만 회사 업무가 바쁘고 피곤해서 하루에 인강 2~3개 듣는 것도 벅찼기 때문에 결국 휴직하여 전업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전업으로 하지 않는다면 수험기간이 늘어져 이도저도 아닐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TIMELINE]
- 09월 ~ 12월 : 노동법, 행정쟁송법 GS0기, 민법(1차)
- 12월 ~ 01월 : 인사관리 독학, 노동경제학 GS0기
- 01월 ~ 03월 : 노동법, 인사관리 GS1기
- 04월 : 휴직, 노동법, 행정쟁송법 GS2기
- 05월 : 1차 시험(4days, 기출문제)
- 06월 ~ 07월 : 노동법, 행정쟁송법, 인사관리 GS3기
- 08월 : 노동경제학 GS2기 ~ 3기
* [1차] 노동법, 민법, 사회보험법, 경영학(선택)
[2차] 노동법, 인사관리, 행정쟁송법, 노동경제학(선택)
수험교재와 법전
[1차 시험]
객관식인 1차 시험은 합격률이 50%가 넘고, 서술형인 2차 시험의 합격률은 10%이내에서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니 동차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1차 시험을 컴팩트하게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나같은 경우는 인사팀 재직중이고 경영학 수업을 일부 들었던 경험이 있어 1차 시험에 대해서는 민법과 사회보험법만 개념인강을 들었다. 평소에는 2차 시험을 준비하다가 1차 시험은 약 한달전부터 집중했고,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다.
수험초기 스케줄 : 2차 위주로 하되, 1차 병행 시도했으나 직장문제로 인강 한두개 듣기도 벅찼다.[2차 시험]
노무사 시험의 핵심은 2차인데, 이틀에 걸쳐 450분동안(노동법 150분, 인사관리 100분, 행정쟁송법 100분, 선택과목 100분) 서술형 답안을 작성해야한다. 법전이외에 아무것도 주어지는게 없고, 문제도 간결하기 때문에 각 주제별 내용을 통째로 암기해야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다른 전문직 시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노무사의 경우 수험내용이 어려운 편이 아니기에 답안의 내용으로 차별화하기보다(물론 천상계분들은 가능하다), 주제가 던져졌을때 하나라도 더 많은 내용을 꼼꼼하게 잘 정리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느껴졌다.
대학시절 다년간의 서술형 시험을 통해 '어영부영 분량 늘리기' 스킬을 터득했기에 글쓰기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첫 모의고사에서 목차하나 제대로 짜지 못하는 나를 보며 한없이 겸손해졌다. 시험 준비하는 내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진입했을까?' '답안지 찢어질듯이 써내려가는 저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생각이 들었지만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다보니 발등에 불이 떨어져 달릴 수밖에 없었다. 열품타 측정 시간은 하루 9~10시간 정도였고 오래 앉아있다보니 허리가 안좋아져서 아침마다 스트레칭을 했다(맥길 박사의 BIG3 운동이 요통에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 이번 수험의 큰 소득이다ㅎㅎ). 일주일에 한번은 공부를 완전히 접어두고 쉬었다. 후기를 읽어보면 13~14시간씩 공부하신 분들도 많던데 나는 도저히 그렇게까지 집중할수는 없었다(9~10시간 중에서도 1~2시간은 멍때렸을 거다)
8월 열품타 측정시간
수험중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시험 3주전에 건초염에 걸려버린 것이었다. 후기들을 읽어보다 보면 손목이 아파서 글씨를 못쓸수 있으니 손목관리를 잘 해야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 약한 손목이 바로 내 손목이더라. 시험 직전에는 거의 매주 모의고사를 풀게 되는데, 하루는 글씨도 내용도 엉망진창인 내 답안지를 보고 열받아서 하루종일 답안 연습을 하다가 손목이 나가버렸다. 펜을 잡을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계속 받았는데 호전되지 않아 결국에는 시험 전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시험을 보러 갔다(귀신같이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왜 스포츠 금지약물인지 알것도 같았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꼭! 답안 작성할때는 손목보호대를 착용하고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필기법을 평상시에 연습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알고보니 약했던 내 손목
여러모로 이번 시험은 나에게 의미가 크다. 고등학교 이후 생활비 문제로 아르바이트니 과외니 하면서 온전히 공부에 집중해본 시간이 없었는데, 좋은 기회를 맞아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학창시절에 대한 어떤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또한 좀처럼 내맘대로 흘러가지 않는 회사생활과 달리 1년간의 계획대로 완주하며 자신감이나 활력과 같은 오묘한 감정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시험을 마친 후의 홀가분함 속에 달콤한 휴식은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피로를 싹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는 불확실하다. 다만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 이번과 같이 내 페이스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별개로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어쩔수 없고.
시험 끝난 직후의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