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그냥 어쩌다...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의 첫 번째 창업 시도는 기획 단계에서 폐기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픈 컬리지에서 만난 두 친구는 팀을 떠났다. (엄청난 멘붕의 현장이었다.) 나와 동네 친구 H만이 남았고 우린 출구가 필요했다. 포기란 단어를 꺼내기엔 이룬 게 없었고, 좀 더 잘할 수 있는 걸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당시 기획을 하며 이런저런 앱을 깔아 쓰던 중 어라운드라는 익명 sns를 알게 되었다. 익명으로 글을 쓰고 소통만 하는데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고, 직감적으로 (오픈 컬리지에서 했던) 인터뷰 프로젝트와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상은 대략 이러했다.
하루에 (가치관에 관한) 질문을 하나씩 제공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익명으로 쓴다.
익명 글을 sns처럼 서로 볼 수 있다.
H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앱 구상'에 대해 이야기했고 H는 "놀잉보다는 할만할 것 같다"고 했다.
원점으로 돌아가다.
첫 번째 창업 시도를 통해 우리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의 제품을 기획해 완성하는 것 자체도 우리에겐 큰 미션이다'라는 걸 인정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그리고 다음 도전을 위한 새로운 원칙을 세웠다.
대박이 나서 몇 억씩 매출을 내는 곳과 우리를 비교하지 말자.
최대한 가벼운 기획으로 완성 자체를 목표로 삼자.
(커머스 등) 오프라인 사업이 없는 앱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인 사업을 하자.
'앱 하나를 완성해 스토어에 올리고 단 돈 천원이라도 버는 것.' 소박하지만 가슴 벅찬 목표였다. 전보다 작아지긴 했지만 더 와닿았고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도) '앱 제작을 위한 실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큰 맹점이었다.
뭐? 노잼이라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어줄 개발자'였다. 팀원을 충원하기 위해 발품을 팔기 시작했고, 한 친구에게 (오픈 컬리지에서 연이 있던) Y를 추천받았다. '아무래도 현업 개발자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가 "노잼"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연락을 취했다. 더 늦으면 놓칠까 서둘러 미팅을 잡긴 했지만 기획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아이템에 대한 설명도 매끄럽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도 쉽게(?) 제안을 수락했고 그렇게 순식간에, 새로운 팀이 탄생했다.
굿너즈 그리고 우주챗
새로이 앱을 설계하며 서버를 구매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대학교) 창업 동아리에 가입했다. 당시 지원서에 팀명과 제품명을 적어내야 했는데 마감일까지 합의를 보지 못해 '나중에 쓸 진짜 이름'과 상관 없는 이름을 제출했다. 팀명 굿너즈(Good과 Nerds를 조합)는 당시 마크 주커버그의 너드 발언에 영감을 받아 만들고, 제품명 우주챗(우주와 Chat을 조합)은 여러 후보 중 '절대 쓰지 않을 것 같은 이름'으로 골라 낸 것이다. 이후 1년도 더 지나 회사를 세우고 서비스를 낼 수 있게 됐다. 회사 이름은 굿너즈, 서비스 이름은 우주챗이 되었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