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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Jul 11. 2019

태어나 처음 만든 앱에 대한 소회

우주챗 앱 스토어에 출몰하다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앱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하루에 두 개의 질문이 배달되면 이에 대해 글로 답한다. 질문은 "당신의 첫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당신의 하루는 어떤 사람들로 채워져 있나요?"와 같이 취향, 취미, 관심사, 일상에 관한 것들이다. 이런 질문에 쭈욱 답변을 하다 보면 성별, 나이, 외모를 몰라도 그 사람이 누군지 정의된다. 이렇게 글로서 자신을 표현한 사람들이 모여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앱이다. (댓글도 나누고, 채팅도 나누고...)




2. 우주챗은 실패한 서비스인가?


아직 다 만든 게 아니라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좀 그렇지만, 현시점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지표만 놓고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다. 가만히 두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서버비 이상은 벌어다 주지만 회사를 굴러가게 할 정도는 못 된다. 가치 제안 측면에서도 '정확히 어떤 가치를 제공한다.' 혹은 '어떤 특장점이 있다.'고 말하기 애매모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맨 처음 이 앱을 만들 때 '주 고객은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기획자로서 레벨이 부족했다.) 그저 질문에 답하는 게 즐거워 보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밌으니 그 경험을 그대로 앱에 옮기면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끝이라 생각하면 부족하지만 시작이라 생각하면 꽤 괜찮은 출발이다. 마치 RPG 게임의 첫 번째 캐릭터와 같이 말이다. 사실 앱 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팀이 만든 것 치고는 성과가 나쁘지 않다. 안드로이드에서만 광고비 없이 5만 다운로드 이상을 찍었고 잘 나갈 땐 급상승 차트 1위를 한 적도 있다. (무려 인스타그램을 꺾었다!) 매출도 소셜 부문에서 100위권은 된다. (우린 이걸로 다른 앱의 매출을 가늠한다.) 하지만 숫자가 다는 아니다.


우주챗(안드로이드)의 성과 - 쩔었었다.



3. 무엇을 얻었나?


(다시 게임 비유로 돌아가) 우린 게임의 룰을 파악하지 못했고 효율적인 육성법도 몰랐다. 상황에 맞춰 능력치를 찍고 스킬을 올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잡다구리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첫 번째 캐릭터는 항상 깨달음을 준다. 마침 카테고리가 앱 서비스의 정수라 할 수 있는 SNS였고 UX 디자인, 개발,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굉장히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주챗을 내놓고 겪은 일들]


중앙 상단에 있는 로고를 누르면 메뉴가 나오는데 이걸 아무도 몰라서 '메뉴가 없다'는 문의 폭주.

베타로 내놓은 지 일주일 차 밤~새벽 사이 300명이 가입을 했는데 서버가 내려감. 그래서 대부분 탈주.

새로운 아이디를 계속 만들며 악성 광고를 하는 유저와 몇 주간 사투를 벌임.

분쟁에 대한 기준 및 대처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유저 간 분쟁에 휘말림.

영문도 모른 채 가입자 수와 결제가 2~3배씩 뛰기도 하고 영문도 모른 채 많은 사람이 떠나기도 함.


'경험이라 쓰고 막장이라 읽는' 일들을 겪고 나서야 상용 앱의 기본 수준에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앱을 내놓기 전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말 그대로 부딪치며 배운 셈이다. 흔히 개발자들 사이에 쓰이는 기술 부채(Technical debt - 눈앞에 있는 문제 해결에만 급급해 대충 개발을 하면 나중에 구조적인 문제로 큰 대가를 치른다는 의미)라는 말이 있지만, 기획 부채와 디자인 부채도 (고통의 수준이) 이에 못지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개발을 하고, 매뉴얼을 기반으로 서비스 운영을 하며,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 방향을 결정한다.



4. 이제 뭘 할 것인가?


우주챗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많은 공부가 됐다. 역설적이지만 별 고민 안 하고 만든 앱 덕분에 우리가 누군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됐고 그 지점에서 우리만의 브랜드가 탄생했다. (아직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주챗을 출발로 정의했으니 계속해서 앱을 만들 생각이다. 이번엔 좀 더 가벼운 앱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다고 별 내용 없는 걸 만들겠다는 건 아니고, 유저 입장에서 진입 장벽이 낮고 즐기기 쉬운 걸 선보이고 싶다. 그러면서도 가치 제안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수익 모델이 딱 떨어진다.) 한 가지 가치에 집중한 아주 명쾌한 앱을 들고 올 것이다.



부디 그전까지 버틸 수 있기를 바라며...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주챗은 플레이 스토어와 앱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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