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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봉 Aug 23. 2023

인간관계 :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것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A는 10년지기 친구다.

  말이 십년이지 사실 그보다 더 오래 되었다.

  덕분에 참, 다사다난한 하루들을 보냈다.

  학생 때, 단 하루도 싸우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학교 끝나고 어디 갈까 라는 주제로도 싸우고,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도 싸웠다. 좋은 이야기든 안 좋은 이야기든 무조건 싸우고 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 것도 아닌 이유로 싸웠다 생각할 수 있지만, 성인이 된 지금에도 싸우는 걸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싸울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필자는 싸운 후의 결과들이 별로 좋지 못했다. 주먹 다짐을 하고 싸우고 아예 연을 끊거나 서로 이해하며 끝났다면 모르겠지만, 우리는 연을 끊지도 않고 주먹다짐을 하지도 않았으니까. 오로지 말로 치고받으며 싸웠다.

  말싸움의 권위자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라는 것을 독자들도 알 것이다. 그때도 그랬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자신이 맞다며 목소리를 높이며 박박 우기면, 지쳐버린 상대는 그래 네가 이겼다. 미안하다. 하며 꼬리를 내렸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한 수 접어주는 경험. 매번 싸울 때마다 지는 것만 같은 느낌. 그 느낌은 다음 싸움에도 분명 영향을 미쳤고, 또 나는 항상 잘못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싸우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싸울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은 상대에게 맞춰주거나, 피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열 명으로 똘똘 뭉친 우리의 친구들 그룹을 나오고 싶지는 않았고 결국 나는 맞춰주는 길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난 내가 원하는 걸 말하는 법을 까먹었다. 자기 조절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오늘 할 이야기는 자기 조절감에 대한 이야기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고 그것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로 돌아간다. 햄버거 하나를 먹더라도, 빅맥을 먹을지 상하이 치킨 버거를 먹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과도 바로 직결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린 선택을 했다면? 그것은 행복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 뿐더러, 스스로를 무기력한 인간이라고 여길 수가 있다.


  필자 또한 7년 가까이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워낙 우유부단하고 둥근 성격 탓에 좋은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남에게 맞춰서만 살아왔으니까. 단적인 예지만, 노래방을 가고 싶었는데 피시방을 간 적도 있었고, 다른 게임을 하고 싶었는데 공포게임을 하게 되기도 했었다.

  그러던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거짓말이었다. 내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핑계를 대며 거짓말을 해서 거절하는 것. 참으로 비겁한 방법이었다. 거짓말은 그때 당시는 편하게 해주지만, 길게 보면 내가 하는 일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짓이었다. 내 감정을, 내 일을 친구들에게 설득시키지 못하고 그저 숨기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하는 일에서 또한 자신감이 사라지고 자연스레 숨겨야만 하는 감정, 숨겨야만 하는 일이 되었던 것이다. 친구들 앞에서 당당할 수가 없었다. 미안함은 또 다른 안 좋은 결과를 낳고, 그렇게 나는 항상 미안해서 맞춰주는 사람이 되었다. 당연히 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택엔 책임이 따른다. 좀 다르게 말해보자면, 제대로 선택하면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말이다. 거짓말 또한 친구와의 관계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이지만, 결국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뿐이었다. 반면, 친구들에게 당당히 내 감정과 상태를 말했다면 어땠을까? 나 오늘은 아파서 좀 쉴게. 오늘은 피곤해서 좀 쉴게. 이렇듯 내 상태를 진실되게 말했다면, 나는 조금 더 건전하게 책임을 질 수 있었을 것이고,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기 조절감은, 스스로를 조절해봤다는 경험에서 온다.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에서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에게 휘둘려 선택을 강요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된다면, 그래서 거기서 오는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는 비로소 인간관계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은 당연히 어렵다. 말을 잘 듣던 친구가 갑자기 피곤해서 못 나간다고 한다면 당연히 처음엔 반발이 심할 것이다. 그러나, 두드려라. 여러 번 두드리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라. 스스로를 컨트롤 하고 있다는 걸 보여라. 그 선택들이 쌓인다면 상대는 학습하게 된다. 아, 이 친구는 이럴때 이런 행동을 하는 친구구나.


  지금까지 자기조절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 그 능력은 하루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라.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배움 또한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는 성장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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