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과 통일성 지키기의 무한 굴레
완전원고가 들어왔다.
완전원고가 들어오면 우선 마음이 편하다. “예상 가능한 일정”을 짤 수 있기 때문.
완전원고를 볼 때 다음 부분을 주요하게 본다.
-. 러프하게 일독하며, 내용 파악. 처음 콘셉트에 맞게 원고가 잘 구성되어 있는지, 저자에게 수정하거나 추가 요청할 사항이 있는지 확인한다.
-. 요소 체크. 예를 들어, 숫자로 된 목록이 있는지, 표가 있는지, 그려야 하는 이미지가 있는지, 사진이 있는지 등.
-. 책꼴을 정한다. 내지 디자인과 표지 디자인을 어떤 느낌으로 갈지 방향 확정.
-. 교정교열원칙에 준하여 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에 대한 문장 및 교정교열 편집.
-. 받아야 할 추가 부속들. (감사의 말, 들어오며, 나가며, 작가의 말, 헌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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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
실은 완전원고 이전에 대다수 원고 수정이 이루어진다. 원고 중간 점검 시 1. 서로 합의한 콘셉트대로 원고가 쓰이고 있는지 2. 분량은 마땅하게 되고 있는지 검토하고 원고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이 부분은 전체 맥락에서 어긋나 있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는지, 이 부분은 어투가 다른데 일관성 있게 가도 무방할 것 같으니 통일시키는 게 어떨지 등.
그래서 완전원고가 오면 큰 수정은 없어야 한다. 후반 작업까지 그 일관성이 잘 지켜졌는지는 편집 과정을 거치며 재차 확인할 일이지만, 완전원고가 들어왔다면 본격적으로 텍스트 편집을 시작해야 하며, 텍스트와 콘셉트에 맞는 책꼴을 고민해야 한다.
[요소 체크]
요소란 뭘까? 출판사마다 칭하는 용어가 다를 수 있겠지만, 요소란 글자 외에 원고를 구성하는 ‘구성요소’를 말한다. 원고가 단순히 <제목>과 <글>로만 이루어져 있으면 모르겠지만, 쭉 보다 보니 약물을 쓴 목록 스타일도 있고, 숫자 목록도 있고, 박스도 있고, 그래프도 있고, 일러스트도 있고, 이미지도 있다면? 여기에 주석과 인용문, 한자나 영문 병기, 발췌문, 대화문의 유무까지 파악해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걸까?
첫째는, 어떤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아야 책을 읽을 때 어떤 느낌이겠다, 하는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소가 많은데, 가로가 좁은 판형에 미니멀한 판면을 택한다면, 글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고 내용도 산만하게 느껴진다. “감성적인 데다가 글만 있는 원고이니, 판면과 판형 모두 콤팩트하게 가도 되겠다.”거나 “정보가 많고 내용이 위트 있으니, 각 요소 구분은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하되 캐주얼한 폰트를 일부 활용해도 되겠다.” 같은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더불어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디자이너와 소통할 수 있다. 이 요소 파악은 [본문 디자인] 시안을 발주할 때 요긴한 정보가 된다.
[책꼴]
이 원고는 어떤 책으로 탄생할까? 이 질문이 구체화되는 시기다. 책 크기(판형)은 어떻게 하지, 판면(내지의 글줄 길이와 행간)은 어떻게 정하지, 제목은 어떤 분위기로 갈까, 표지에 일러스트를 쓸까 아니면 그래픽 위주의 디자인이 좋을까 등.
판형과 분위기를 정해야 본문 디자인 발주를 할 것이고, 발주를 해놔야 편집자가 파일교를 보는 동안 디자이너가 본문 디자인 시안을 짜는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