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과 통일성 지키기의 무한 굴레
[교정교열]
원고에 디자인을 입힌 다음에는 작은 수정 하나도 교정지에 체크한 다음, 디자이너가 일일이 수정해야 한다. 그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단계가 바로 이 파일교 단계다.
나는 모두 찾아 일괄 바꾸기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보조용언 > 가능한 부분들만 찾아서 모두 바꾸기, 용어 > 일괄 바꾸기 등.
이 단계에서는 원고를 숙독하며 텍스트 완성도를 높인다. 디자이너가 알아볼 수 있도록 각 요소에 구분 표시를 해준다.
예시1)
처음 저자에게 교정교열 원칙 테이블<각주1: 각 출판사마다 편집 원칙이 다르기 때문에 외주편집을 맡을 경우 교정교열 원칙 테이블을 먼저 공유받고 시작한다.>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원래의 글쓰기와 맞지 않는다면 강권하지는 않는다. 교정교열에 맞춰서 글을 쓰는 것보다 작가가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원고를 완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시2)
<인용>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래?”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
고양이가 말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앨리스가 말했다.
“그럼 어느 길로 가든 상관 없지, 뭐.”
앨리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 하지만 어딘가 도착하고 싶어.”
고양이가 말했다.
“넌 틀림없이 도착하게 되어 있어. 계속 걷다 보면 어디든 닿게 되거든.”
_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루이스 캐럴, 자화상, 2020.)
</인용>
처음 저자에게 교정교열 원칙 테이블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원래의 글쓰기와 맞지 않는다면 강권하지는 않는다. 교정교열에 맞춰서 글을 쓰는 것보다 작가가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원고를 완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 나름의 교정교열 원칙은 다음과 같다.
<교정교열 원칙표 일부>
* 보조용언은 붙여 쓴다.
예) 입어보다, 사놓다, 있을법하다
* 전문용어로 인정되는 단어는 붙여쓴다. 통일성에 유의한다.
예) 인간관계, 동기부여
* 복합명사는 국립국어원 기준을 따른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침을 참고할 수 없으 때는 기준을 정해 통일성을 유지한다.
예) ~회사, ~업, 자유여행, 봄바람
*숫자 읽기
1) 서수는 두 자리 수까지 한글로 읽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 한 번, 세 번째, 서른한 살, 일주일
2) 시간은 숫자 읽기로 쓴다.
예) 10시 30분, 7시 30분
3) 백 단위가 넘는 숫자는 숫자로 표기하되, 만 단위로 끊어서 표기한다. 이때 쉼표 위치에 주의한다.
예) 298명, 4,589개, 4만 5,400원, 6억 7903만 9,299(6억 7,903만..으로 하지 않도록 주의)
4) 기수는 숫자 표기, 서수는 한글 표를 원칙으로 한다.
예) 3일, 2인분, 두 개
5) 분수는 ‘2분의 1’, ‘3분의 2’와 같이 적는다.
6) 외래어표기는 국립국어원 지침을 기준으로 하고, 지침이 없을 경우 원어의 발음기호 기준으로 한다.
예) 스태프, 콘셉트
7) 외국어 병기시 괄호 없이 첨자 스타일로 한다.
예) 데이비드David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자주 활용한다. 선배들에게 어깨너머로, 보조 편집자로서 배워가는 와중에서도 이 암묵지로 전해지는 실무들이 잘 갈무리된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때였다. 내가 처음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접한 것은 2009년. 가뭄에 단비 같은 책이었다. 당시 다녔던 곳이 외서 기획이 많았던 출판사라 영문법 표기에 대해 편집부 내에서 이게 더 맞다 아니다 저게 더 마다 하던 중 각 나라언어에 대한 외래어표기법을 비롯하여 숫자 읽기까지 세세하게 정리된 편집 매뉴얼은 반가웠다.
편집할 때 뭘 얼마나 어떻게 봐야 할지 들어도 모르겠고, 해봐도 모르겠던 새끼 편집자였던 나는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을 정석처럼 끼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