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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자공업소 Jan 11. 2024

잠깐! 본격적인 편집 전에 이거 하고!

두근거리는 첫 디자인 확인!

완전원고를 보는 2주가량의 기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원고를 파악하고 본문 시안을 발주해야 한다.

디자인과 관련하여 원고를 파악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를 말한다.


원고 분위기가 어떠한지(진중한지, 주장이 강한지, 캐주얼한지 등)

책 사이즈는 어느 정도가 어울릴지

그림(이미지나 사진)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일러스트가 추후 들어올 예정인지

그려야 할 표나 그래프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많은지

리스트 요소가 있는지

약물을 쓰는 리스트일지 숫자를 쓰는 리스트인지

각주가 있는지, 리드문이 있는지

제목의 뎁스(제목-소제목-소소제목 등)는 얼마나 되는지

단도인지 2도 이상인지

인용문이 있는지

박스 요소가 있는지

대화문이 있는지

영문이나 한자가 있는지


이 외에도 원고의 성격에 따라 요소는 더 늘어날 수도 여기서 더 줄어들 수도 있다.

편집자가 원고에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디자이너가 모든 요소를 고려해 시안을 짤 수 있고, 자칫 제대로 요소를 전달하지 못했다면 디자이너로서는 효율 떨어지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일정에 하루, 이틀이라도 무리가 가는 건 물론이다.

리스트 요소가 많다면 디자이너는 읽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점잖은 약물을 쓸 테고, 적다면 포인트가 되는 약물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영문이나 한자가 많다면 한글 서체뿐만 아니라 영어로 자주 등장해도 위화감 없는 폰트를 선택할 것이고, 하나의 폰트로는 무리다 싶다면 두세 개의 폰트를 섞어 쓴다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뎁스가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제목을 크기만으로 강조할지, 서체나 색의 변화를 줄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은 것이다.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기 전에 요소 파악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이유는 그 모든 요소에 디자인을 입혀야 하는 ‘디자인 일’이기 때문이다.


시안을 요청할 때 두 개의 판형과 스타일을 요청하곤 하는데, 편집자 생활을 하며 자주 겪은 일은 바로 두 가지 시안에서 괜찮은 부분만 뽑아서 합치는 일이다. 이 부분은 디자이너의 성향에 따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본 스타일은 1번 시안에, 본문 서체는 2번 시안으로 가주시고요, 별지 스타일은 1번으로 하되 풀베다 말고 아미(음영)를 좀 깔아주세요.” 하는 요청에 대해,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되고 명확해서 좋다고 하는 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요소의 조화로움에 대해 고심해서 짰는데 그 수고로움이 무색하게 잡탕 디자인을 만드는 데 대해 불편함을 표현하는 디자이너도 있는 것이다.

혹여라도 디자인을 섞어야 할 일이 있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어 설득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그저 ‘느낌’에 불과할 뿐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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