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일기
고양이도 사랑을 받으면 예뻐진다.
우리 집 막내 개똥이가 그 증인(증묘?)으로, 길에서 씩씩하게 살아남으라고 이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만 해도 개똥이의 사는 모습은 꽤나 위태로웠다.
씩씩한 척하며 동생과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늘 엄마를 그리워하고 사람을 의지하려 했다.
그래봤자 결국 남의 집 담 아래에 숨어 살면서 아무때, 아무에게나 위협당하는 자기 처지를 조금은 절감했을 것이다.
이 아이가 어릴 때 아팠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엄마에게서 막 독립당하여 아마도 범백이란 병을 앓았던 것 같다.초여름 비실거리는 개똥이의 동생을 구조했는데 고양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범백이란 병을 판정받은 것이다.
동생이 2주간의 입원 끝에 완치되어 입양을 가도록 개똥이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잘못됐구나 생각하며 포기할 즈음 개똥이가 다시 나타나서 먹을 걸 먹기 시작했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습이 처참했다. 그 모습이 가엾고 기특하여 더욱 애정을 쏟았다.
5개월쯤 뒤에 이번엔 남의 집 처마 밑에 갇혀 울어댔다. 기전실에서 사다리를 빌려다 집주인에게 사정사정하여 구해주었더니 내려오다 잘못됐는지 잘 걷지를 못했다.
어렵게 구조하여 병원에 데려갔는데 골반뼈 골절이라며 뛰어다니지 않으면 저절로 붙는다고 했다.
방 한 칸을 내어주고 뛰지 못하게 하며 지내다 보니 입양이고 뭐고간에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었다.
개똥이는 집에 온 뒤로 놀랍도록 외모를 갱신했다.
길에서 살 때는 어린 냥이임에도 눈빛과 몸짓에서 근육질의 투지가 엿보였는데 집에 온 뒤로는 뽀얗고 예쁘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오로지 애교뿐인 고양이처럼 변했다.
집사들에게뿐 아니라 형님 누나들에게도 애교가 말도 못해서 성질 까탈스러운 누나들은 아무렇게나 와서 부비고 핥아대는 개똥이를 지금도 살짝 피해 다닌다.
사랑받고 살면 자기 속에 있는 예쁜 모습이 나오는 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인 모양.
가끔 예전 사진을 보면 저 개똥이와 이 개똥이가 같은 녀석인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