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필수연구소 Feb 27. 2020

재택의 기술

울프여사가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코로나19로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다양한 장단점, 방법들, 툴들이 이야기 되지만..


오래전 프래랜서로 일하는 기간, 현재 개발팀과 1년 정도 원격근무하고 있는 경험에 기반하여, 보다 사소한 재택의 기술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사실, 재택근무를 안하다가 처음 하다면, 그 연속된 시간과 몰입감에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저녁 6시 즈음 되면 평소에 할 수 있었던 업무의 두 배 정도가 처리되어 있어, 스스로에 뿌듯하고, 왠지 모를 몰입이 주는 쾌감에 오늘은 저녁에 좀 놀아도 되겠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신뢰의 기반과 업무만 잘 분배되고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다면 큰 장점이 있는 방법이다. 


혹시나, 대면보다 좀 더 소원하지 않을까 하지만,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오히려 사무실에서보다 슬랙과 지라를 통해 연결된 광활한 네뜨의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동시 여러 채널에서 상황정리를 할 수 있고, 오히려 실세상에서는 뒤통수 넘어 모니터 화면 밖에 볼 수 없었던 훨씬 밀착된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다. 이미 SNS에 익숙한 세대라면, 모르는 사람도 친구 같은데, 수없이 메세지를 날리고, 티켓을 주고 받는 사이에서 그런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이런 대화를 비동기로 지켜보는 수많은 다른 이들까지 있으니, 이 것이야 말로 소통의 신세계가 아닌가. 


이런 재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지속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소소한 재택의 기술이 필요하다. 


1. 절대적으로 "문이 달린 방"이 있어야 한다. 특히 집에 아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정확하게 일하는 시간을 구분해야한다. 공간적으로도 명확하게 구분해야한다. 갑자기 침대에 눕거나, 쇼파에 가면, 점점 혼동이 올 수 있다. 지금이 일하는 시간인가 아닌가? 이 구분이 모호해지면, 보통을 일이라는 놈이 더 강력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일하는 느낌으로 할게된다. 1년 정도 프리랜서를 하는 기간 동안, 철저하게 일의 시간을 구분하는데, 그 구분에서 가장 필수 적인 것이 

"문이 달린 방" 이다. 


한달정도 이런 구분없이 일하다보면, 거의 탈진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일은 원래 끝이 없다. 


2. 절대 와이프나 부모님에게 점심을 강요하면 안된다

자기 식사는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해라. 아이들 먹는데 밥 숟가락 정도 하나 얻는 것이야 괜찮지만, 집안의 주인인 와이프나 어머니가 남편이나 아들놈이 집에 있는 꼴을 보기 싫어할 수도 있다. 사실 낮 시간의 집은 오롯히 그들의 것이었는데, 갑자기 침범 당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거기에 밥을 요구한다면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김밥이나 간단한 도시락, 컵라면도 나쁘지 않다. 가끔 직장인들이 즐겨가는 평일 런치 메뉴를 와이프와 함께 나가본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을 고마워 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라. 그들은 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


3. 복장

이건 모든 이에게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재택을 해도 근무시간엔 똑같이 출근 복장으로 챙겨입고, 방으로 들어간다. 잠옷이나 추리닝을 입고 일을 한다면 왠지 업무와 생활이 섞일 수 있다는 강박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로 집에서 일을 할 때는 명확히 구분하는데 최선을 다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나 와이프가 보는 시선도 집에 백수로 바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는 입고 일을 하자


4. 아이들

아빠와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집에 있다. 한참 코로나라 모든 학원도 쉬고 있어서 아빠랑 놀기를 기다리는 7살짜리 꼬마다. 호시탐탐 아빠를 노린다. 특히 콜을 하고 있으면, 어떤 아저씨 아줌마들이랑 이야기를 하는지 옆에 와서 알짱거린다. '아빠 출근한거야' 라고 명확히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일이 명확히 끝나면 ' 아빠 퇴근했어~~'라고 또 명확히 알려주자.  12살짜리 아이도 하나 있는데, 아빠가 있는게 싫다. 사실 신경도 안쓴다. "혹시 퇴사했어? 돈 안벌어? 아 집에서 일하는거야? 그러면 됐어"  이정도면 끝이다. 


사실, 예전엔 카페에서도 일을 많이 하고, 무슨 스타트업 도서관 같은 곳들, 하다 못해 에버랜드 연간회원권을 끊어 두고, 아이와 엄마는 놀고, 혼자 나무아래서 코딩을 하기도 했었고, 발리에서 한 달 정도 코워킹 스페이스 같은 곳에서도 일을 해보고, 다른 회사에 기생하면서도 일을 하기도 했었다. 모든 환경마다 장단이 있지만, 그래도, 집은, 방은 안정감이 있는 그런 곳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악기 100개 모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